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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명분보다 실리 찾는 두바이
입력2006-05-25 16:59:21
수정
2006.05.25 16:59:21
김홍길 기자
얼마 전 찾아간 두바이 시내의 ‘스피니즈’(대형 할인점)에서는 놀랍게도 ‘돼지고기’를 팔고 있었다. 두바이는 이슬람국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팔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고 있던 기자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두바이에서는 술도 자유자재로 구입해 먹을 수 있었다. 주류 면허증을 보유해야 한다고 하지만 두바이 전역을 다녀봐도 주류 판매나 구입에는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없다.
돼지고기와 술을 금지하는 이슬람국 두바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두바이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곧잘 세계 최고급 호텔인 ‘버즈알아랍’, 1.5km 길이의 실내 스키장, 중국 만리장성에 이어 우주에서 육안으로 식별되는 지상 조형물인 인공 야자섬(팜 아일랜드), 세계 최고 높이로 건설 중인 ‘버즈 두바이’ 등을 꼽았다.
하지만 스피니즈 사례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물 불 안 가린다’는 두바이식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자 또 다른 두바이 변화의 상징이다.
KOTRA 두바이 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이슬람을 믿는 두바이에서 돼지고기와 술을 팔 거라고 누가 상상을 했겠냐”며 “외국투자 유치라는 정책 목표만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과감성은 높이 살 만하다”고 말했다.
두바이는 글로벌 시대 생존전략을 위해 외형의 변화뿐만 아니라 오랜 전통을 포기하는 내부 변화물결이 휩쓸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중동의 관광, 비즈니스, 물류 허브를 지향하는 두바이가 하나로 뭉쳐 어떤 목표를 향해 힘차게 움직이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두바이의 변화에는 분명 원유고갈 이후를 내다보고 차세대 국가 성장비전을 마련하려는 국가 리더의 긴 안목과 고민이 깔려 있다. 그러나 ‘스피니즈’ 사례처럼 전통마저 기꺼이 양보하며 개방하고 변화하는 두바이를 보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명분보다는 실리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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