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중(64ㆍ사진) TCC동양 사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1973년 대학을 채 마치기도 전에 입사했던 조 사장은 이후 단 한번의 이직도 없이 조직과 함께 성장하면서 결국 2008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산업계에서 사라진 지도 벌써 10년. 40여년간 한 조직에서 성장해온 그의 이력은 확실히 최근에 보기 드문 경우다. 조 사장 스스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워했다. 그가 "이렇게 오래 한 직장에 다니는 건 어찌 보면 바보 아니겠냐"며 던지는 농담 속에는 TCC동양이라는 회사와 함께 성장해왔다는 자부심과 애사심이 녹아 있었다. TCC동양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주석도금강판 분야에서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50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철강재 표면처리라는 한우물을 고집해온 기업이다. 3월 동양석판에서 TCC동양으로 개명했으며 참치캔 등 식자재 토마토를 담을 수 있는 제품 등 각종 금속관의 표면은 대부분 TCC동양이 표면처리한 금속판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51년에 걸친 TCC동양의 역사를 38년간 함께 해오다 보니 조 사장의 회사 사랑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조 사장은 인터뷰 내내 TCC동양의 사내문화와 부하직원이자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기업의 성장은 사람이 만들어냅니다.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한 고민이지요. 조직에 필요한 사람을 기르는 일인 만큼 경영자가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요." 무엇보다 조직원을 중시하다 보니 그의 리더십 철학에는 항상 직원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그는 리더십이란 조직원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소통할 때 저절로 생겨나는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제가 어디를 향해 갈지 직원들이 알도록 소통해야 한다"며 "신뢰가 있는 직원들은 갈 것이고 그게 바로 리더십"이라고 정리했다. 이 같은 사람중심 경영은 TCC동양 특유의 문화기도 하다. TCC동양의 직원복지는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무주택 신혼 직원의 경우 집 걱정 없이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아파트를 무상 대여해준다. 직원들의 자녀는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 학자금 90~100%를 회사 측에서 지급한다. 아침에는 직원들이 굶지 않도록 김밥을 제공한다. 조 사장은 이도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올해부터 오후5시에 출출할 때면 직원들을 위해 과일이나 떡 등을 간식으로 제공할 정도로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인터뷰 동안에도 직원들의 간식용 백설기가 사장실로 배달됐다. 조 사장은 "직원들이 회사를 가정처럼 생각하게 해주고 싶다"며 "TCC동양은 51년 동안 구조조정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을 배려하는 인재경영이 지속성장 의 밑거름이 돼온 셈이다. 조 사장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도 바로 직원교육과 현장 혁신활동이다. 조 사장은 현재 외부강사를 직접 초빙해 정기적으로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회사에서 벌이고 있으며 외부 교육프로그램에 직원을 추천한다. 혁신활동도 이미 오는 2014년까지 매년 10%씩 생산성을 높인다는 현장의 목표를 함께 수립한 상태다. 조 사장은 "경영은 바다에서 항해하는 것과 같아서 언제 파도가 일지, 비바람이 몰아칠지 모른다"며 "다가오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을 하고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를 위해 직원들이 개선 아이디어를 낼 경우 상품권 등을 통해 100% 보상한다. 직원들의 참여와 창의성이 없이는 변화도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효과가 있었다. TCC동양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하는 올해 기업혁신대상에서 대기업부문 대상에 선정돼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가 요즘 직원들을 보며 느끼는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적극성이다. 사실 조 사장이 말단 신입사원에서 50년 전통의 기업의 최고경영자까지 오르를 수 있었던 비결도 적극성이다. 이는 CEO를 꿈꾸는 모든 후배직원들에게 조 사장이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사무실 내에서 내 일, 네 일은 무의미했어요. 무슨 일이든 찾아서 처리하고 어떻게든 마무리 짓는 게 당연한 듯 업무에 임했죠. 일이 남으면 타자기를 통째로 들고가 인근 여관에서 밤새 일하는 경우가 특별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관리자의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사실 회사 밖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에 재학 중인 다섯 명의 학생들과 자발적으로 멘토-멘티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 사회에 수많은 인재가 배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학생들을 만날 때 마다 책선물과 함께 소통과 꿈ㆍ적극성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조 사장은 CEO를 꿈꾸는 후배직원들에게 "스스로를 준비시켜나가라"고 조언했다. 연말인 요즘 그는 책상 위에 술자리 관련 서적을 올려놓고 신입직원들에게 건배사를 가르쳐줄 궁리를 하고 있었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신입사원 때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에 창의적인 메시지를 담는 연습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 사장이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는 따로 있다. 바로 매출 1조원 고지에 오르는 것이다. 그는 "기존 사업에다 신사업 분야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낸다면 2015년 1조원 매출도 단지 꿈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70년 대 초반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 매출이 45억원 수준이었는데 이제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꼭 1조원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이는 40년 TCC동양 직원으로서의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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