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자본시장 '규제 책임자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는 한국거래소가 2005년 설립을 제안하고 첫 회의를 개최한 이래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 회의로 전 세계 24개국, 41개 거래소와 국제기구에서 온 규제책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시장 규제 강화가 주요 이슈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거래소의 지형 변화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지금 세계는 지정학적ㆍ경제적으로 가까운 지역 경제 공동체를 중심으로 거래소 시장의 블록화가 이뤄지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아세안경제공동체(ASEAN Economic Commuity)의 하나로 역내 자본시장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태국, 말레이시아 거래소가 매매거래 플랫폼을 상호 연계해 공동 시장을 출범하고 다음 단계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거래소도 합류할 예정이다. 남미에서는 칠레와 콜롬비아, 페루가 남미 1위인 브라질 거래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주식의 교차매매를 시작했고 아프리카에서도 광역거래소와 거래소 간 연계가 진행 중이거나 논의되고 있다. 거래소가 몸집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합치는 것은 선진국의 대형 거래소들도 마찬가지다. 독일거래소와 NYSE유로넥스트가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거래소가 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각국의 거래소가 몸집을 키우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한국거래소는 어떠한가. 합병이나 지분교환을 통한 전략적 동맹을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에 있다. 전제가 되는 상장(IPO)이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틈새를 찾은 것이 캄보디아 같은 개발도상국에 시장 개설을 지원하면서 거래소에 지분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거래소는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8일 지리적으로 가까운 도쿄거래소와 자본시장을 연계하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한 게 그것이다. 한일 간의 시장이 연계되면 교차거래를 통해 양국의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상대국의 상장기업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양국의 관련 법령 및 규정을 정비해야 하고 시장 감시체제도 갖춰야 할 것이다.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그라운드다. 오늘날 급변하는 글로벌 거래소의 지형이 변화하는 와중에 한국거래소는 더욱 넓고 튼튼한 그라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의 이해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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