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어느날 저녁,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사는 회사원 A씨는 쌀쌀한 날씨에도 자전거를 타고 퇴근했다. 찬바람을 가르며 잘 포장된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보면 일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온 그는 발광다이오드(LED)형 조명등으로 된 거실 불을 켰다. 예전 집의 거실등은 형광등이라 적어도 3년에 한번은 갈아줘야 했지만 새로 이사한 아파트는 모든 조명이 반영구적인 LED형 조명으로 돼 있다. 단열장치도 잘돼 있어서 겨울에도 춥지 않은 ‘에너지효율 1등급’ 아파트다. 난방에너지는 동네 옆에 있는 물재생센터의 하수열로 전량 충당된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구성된 친환경 주거환경인 셈이다. 서울에 마지막 남은 미개발지 강서구 마곡지구는 이처럼 에너지를 덜 쓰고 자급자족하는 ‘친환경 에너지도시’로 개발된다. 도시 설계단계부터 에너지 관련 ‘체질’을 바꾸는 것으로 고유가시대에 각 지역과 도시들이 지향해야 할 벤치마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서울시는 ▦에너지 수요 50% 이상 절감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수요 40% 이상 충당 ▦온실가스 배출량 65% 이상 감축 등을 내용으로 한 ‘마곡지구 친환경 에너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시는 우선 마곡지구에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10㎿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설을 설치해 이 지역 전력 수요의 10%를 공급할 계획이다. 또 마곡지구 내 건립되는 모든 건축물은 에너지효율 1등급 건물로 짓도록 의무화해 건물에서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 3분의1 이상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함께 에너지 효율과 수명이 떨어지는 백열등 사용은 전면 금지하고 가로등과 신호등ㆍ실내조명 등 모든 조명등을 LED형 조명만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LED등은 수명이 10년 이상으로 반영구적이며 에너지효율이 90%로 기존 백열등(5%)이나 형광등(20%)보다 훨씬 높다. 지금까지 그냥 버려지던 하수열과 소각열도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시는 현재 서남물재생센터에서 하수처리 후 방류되는 하수처리수에서 시간당 최대 125G㎈의 열을 회수해 이용할 예정이다. 이는 전용면적 85㎡ 아파트에서 겨울철에 가장 많이 난방을 사용할 경우 2만3,000세대에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또 자원회수시설을 설치해 마곡지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각열을 모아 집단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보행자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녹지를 갖춘 그린웨이(green-way) 개념의 보행자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관대를 최대한 확보한 ‘친환경 교통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시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구체적인 에너지 사용계획을 수립, 오는 7월 지식경제부와 협의를 거쳐 확정한 후 이를 시행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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