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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민간기업 가스 수출길 열어준다

푸틴 "가스프롬 파이프라인도 독점 철폐"

시베리아·극동가스 중국 등 亞수출 확대

서방 압력 피하며 에너지 주도권 다지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파이프라인을 이용한 천연가스 수출에서 국영가스사인 가즈프롬의 독점권 폐지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가스 수출 자유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추가 제재가 예상되는 다른 에너지 업체들에 수출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시베리아 등지의 가스전 추가 개발을 통해 중국 등 아시아로 수출물량을 늘림으로써 전세계 에너지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FT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열린 직속 에너지위원회 이후 가즈프롬이 독점한 천연가스 수출 권한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이날 러시아 현지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은 지난해 자율화됐으나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수출은 가즈프롬이 독점하고 있다. 이 신문은 "푸틴의 지시로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나 민간기업인 노바텍 등 다른 에너지 기업이 시베리아 동부 및 극동지역에서 개발되는 새로운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수출할 길이 열리게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추가 제재가 가시화하면서 에너지 산업의 중심을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과 맞물려 주목을 끈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대한 제재와 커지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러시아 정부가 추가적 가스 자유화 계획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FT는 "푸틴의 지시가 최종 결정되면 로스네프트나 노바텍 등이 대중국 가스 수출의 일부와 '시베리아의 힘'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 등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가즈프롬이 건설 중인 총연장 4,000㎞의 시베리아의 힘 파이프라인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인근 코빅타와 극동 야쿠티야공화국의 차얀다 등 2개 대형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하바로프스크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운송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5월 중국과 향후 30년간 매년 380억㎥의 가스를 수출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파이프라인에 대한 독점을 폐지하면 중국 등 아시아 수출량이 늘어 서방의 경제제재에 따른 타격을 분산할 수 있으며 러시아의 에너지 영향력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일다 다벨신 르네상스캐피탈 분석가는 "추가 제재 압력이 커지면서 러시아 정부가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가즈프롬의 독점구도를 없앨 공산이 커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사할린 횡단 파이프라인에 대한 로즈네프트의 접근권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뿐만 아니라 오는 11월 초까지 자국 에너지 산업에서 외국산 장비의 사용비중을 줄이는 방안도 지시했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서방의 추가 제재가 가시화함에 따른 또 하나의 대응책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통신은 "푸틴은 러시아 에너지 산업에서 외국산 장비 및 부품의 사용비중뿐 아니라 관련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해외 기업의 진출비중을 줄이는 방안까지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이번 지시에 따른 승자는 가스 부문의 영역 확대를 꾸준히 타진해온 로즈네프트와 이고리 세친 최고경영자(CEO)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즈네프트 측은 성장전략으로 파이프라인 사업을 주목하면서 가즈프롬의 가스 수출 독점권 철폐를 주장해왔다. 이달 초에는 가즈프롬이 계속 이 사업에 대한 접근권을 막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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