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만난 해외자원 개발 전문가들은 한국을 "이상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탐사 분야의 한 전문가는 "5~6년 전 광구 가격이 급등할 때는 경쟁적으로 사겠다고 나서더니 가격이 떨어지는 지금은 팔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다급하게 매각을 추진하다 보니 '패'를 모두 보인 꼴이어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도 어렵다고 했다.
백근욱 옥스포드에너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의 평가도 비슷했다. 백 연구원은 "한국가스공사가 보유한 모잠비크 공구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나오면 서방 전문가들은 '어리석은(silly)' 결정이라면서도 이 광구를 싼값에 후려쳐 매입할 기회라고 여긴다"며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비율에 매달려 자산매각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에너지 공기업들의 해외자산 매각작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나같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 투자한 프로젝트들로 에너지 공기업들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이들을 서둘러 팔고 있다. 올해의 경우 석유공사가 중국 마황산서광구의 지분을 팔았고 캐나다 하베스트와 미국 EP에너지 일부 자산은 유동화했다. 석유공사는 또 이라크 상가우스광구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가스공사는 △캐나다 LNG프로젝트 △이라크 아카스가스전 지분, 한국전력은 호주 바이롱광구 지분매각이 예정돼 있다. 박형동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필요하면 다이어트도 해야겠지만 광구매각 등 내실화가 너무 과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구 매각작업은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데 반해 신규 투자는 확 줄었다. 지난 2010년 37억달러, 2011년 38억달러에 달했던 해외자원 개발 투자금액은 2012년 12억달러로 줄더니 박근혜 정부 첫해에는 1억6,000만달러로 급감했다. 실제로 석유공사는 2012년 3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3개 광구탐사 사업 관련 본계약 체결, 가스공사는 2013년 1월 키프로스 3개 광구 탐사 관련 계약 체결이 마지막이다. 한 자원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부채감축을 강하게 요구해 자산매각에 집중하고 있다"며 "신규 해외자원 개발 얘기는 꺼낼 수조차 없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다. 해외자원 개발 융자액까지 줄고 있다. 2008년 해외자원 개발 융자액은 4,260억원이었다. 하지만 매년 줄어들며 2013년에는 1,300억원에 그쳐 3분의1토막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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