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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역사 살린다

박경리 생가·구로공단·백사마을…<br>서울시, 근·현대 문화유산 1,000곳 보존 추진

일제 강점기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미국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가 지난 1923년부터 살던 집 '딜쿠샤' . 현재 기획재정부 소유지만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으며 10여가구가 무허가로 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대로변. 아파트 옆에 선 조그만 표지석만이 이곳이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지은 근대 문학자 최남선의 집터였음을 말해준다.

서울 명동 옛 증권거래소가 허물어진 자리에는 상가 건물이 들어섰고 일제시대 한국의 독립 운동을 세계에 알린 미국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가 살던 집(사진)은 현재 일반인들이 무허가로 살고 있다.

이처럼 유명인 집터나 주요 기관 옛 건물은 우리나라 근ㆍ현대사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보존가치가 있지만 법적 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해 상당수가 사라지거나 훼손됐다.

서울시가 7일 '근현대 유산의 미래유산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최소 1,000개 이상의 20세기 문화 유산을 지정하고 보호할 계획이다. 우선 수유동 순국선열 16위 묘역과 김수영ㆍ박경리 등 문화예술인 생가 보존작업에 나서고 산업화를 주도했던 구로공단,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등 '공간'도 보존 대상에 포함시킨다.



미래유산 선정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고 기증ㆍ모금ㆍ후원금 등으로 미래유산을 매입ㆍ보존하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활성화시켜 민간 역할을 키우는 한편 예산 투입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서울시장과 시민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미래유산보존위원회(가칭)'는 미래유산의 발굴ㆍ보존ㆍ활용 계획을 책임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근대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 테두리 바깥에 있지만 미래 서울의 역사를 말해주는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라며 "(보호에) 강제력이 없는 만큼 시민 참여와 의식 개선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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