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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화면 보고 편안하게… 극장서 "대~한민국"

[첫 원정 16강 쾌거] 응원 신풍속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23일 새벽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3D 중계를 보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CJ CGV

"10, 9, 8, 7, … 3, 2, 1, 16강이다!" 경기 종료 10초가 남았다는 캐스터의 말에 영등포 롯데시네마를 찾은 관객들은 한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자 관객들은 함성을 지르며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의 기쁨을 나눴다. 23일 캄캄한 새벽 극장에 들어와 밤을 하얗게 새고 밝아오는 아침에 극장을 나선 관객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은커녕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딸이 극장에서 3D로 경기를 보자고 졸라 남편과 함께 따라왔는데 생각보다 3D 화면이 어지럽지도 않고 경기도 흥미진진해 정말 즐거웠어요." 목동에 사는 양문숙(53)씨는 처음 경험한 3D 극장 경기 관람에 즐거워했다. 양씨처럼 많은 관객들이 16강에 오르지 못할 경우 이번이 극장에서 월드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아 극장을 찾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피곤한 새벽 시간인 만큼 거리 응원보다 좀 더 편안하게 경기를 보고 싶은 사람들도 극장을 찾았다. 권대현(33)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편한 자리에서 경기를 보려고 극장을 찾았다"고 말했고 친구들과 함께 온 박재유(21)씨도 "큰 화면과 편안한 자리가 극장 관람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온 젊은 관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혼자 극장을 찾은 관객도 눈에 띄었다. "친구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 혼자 왔다"는 김종민(32)씨는 "극장 경기 관람이 만족스러워 16강전 때는 친구들과 다시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극장 관람과 거리 응원전의 또 다른 차이는 극장은 응원 자체보다 관람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신나게 응원하고 싶은 사람은 극장 관람이 심심할 수 있겠지만 경기에 집중하고 싶은 관객들은 환영할 만하다. 해설자의 설명이 정확하게 잘 들리기 때문에 관객들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모두 차두리 같아요" "오늘 나이지리아 옐로카드 풍년이네요" 등의 해설에 다같이 웃음을 터뜨리며 공감했다. 월드컵 경기는 이전에도 극장에서 상영된 적이 있지만 입장료를 내고 하나의 콘텐츠로 상영되기는 이번 월드컵이 처음이며 특히 3D 화면이 처음으로 도입돼 관객들의 관심을 자극했다. 롯데시네마, CJ CGV,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들은 남아공 월드컵 3회 경기를 상영하면서 전국 350여개관에서 약 20만명의 관객을 모은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 영화 관람료가 8,000원인데 비해 월드컵 경기 입장권은 2D 1만원, 3D 1만5,000원으로 더 비싼데도 월드컵 기간 극장을 외면하던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주요 극장들은 오는 26일 16강전도 상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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