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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과 한국의 기업범죄
입력2006-04-04 16:13:01
수정
2006.04.04 16:13:01
서정명 기자
끈질기고도 집요하다. 지난 2001년 미국 회계 부정과 기업 범죄의 대명사가 된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 최고경영자(CEO)와 케네스 레이 창업주에 대한 재판이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방송과 언론들은 이들 비리 혐의 기업인의 법정 재판이 있을 때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기업 범죄로 꼽히는 엔론 스캔들의 전말과 법정 표정, 연방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회계 부정과 뇌물 공여, 장부 조작 등 기업 범죄는 개별 기업의 파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ㆍ소액주주들의 권익까지도 갉아먹는 ‘중대 범죄’라는 인식이 미 사법 당국과 국민들에게 뿌리 깊게 정착돼 있다는 증거다.
미 사법 당국은 대기업에 대한 회계 부정 수사가 전체 기업들의 경영 의욕을 떨어뜨리고 해외 투자 유치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에 대해서는 콧방귀를 뀐다.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죄(罪) 있으면 벌(罰)한다’는 단순 명료한 법 정신을 실행할 뿐이다. 미 검찰은 범죄 혐의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레이와 스킬링에 대한 수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회사의 재무담당자(CFO)인 파우스트에게 160년형을 10년으로 줄여줄 테니 스킬링과 레이의 범죄 공모 사실을 증언해줄 것을 요구했고 결국 파우스트는 이에 동의했다. 검찰은 내부고발자를 이용해 이 두 사람을 기소했고 현재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월드컴 사태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2002년 38억달러의 이익을 부풀리는 회계 부정을 저질렀지만 CEO인 버너드 에버스는 ‘모르는 일’이라며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 미 검찰은 CFO인 설리번을 내부고발자로 이용해 버너드를 기소했고 결국 그는 지난해 7월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죄는 끝까지 묻겠다’는 법 정신의 승리였다.
미국에서는 주차위반 티켓에 이의를 제기할 때에는 법원에 가서 이를 따질 만큼 법이 생활 속에 배어 있다. 특히 개별 회사뿐 아니라 소액주주와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기업 범죄에 대해서는 시간과 공간을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야 만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돌연 미국으로 들어왔다.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조성 수사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미국행을 택한 데 대해 말들이 많다. 지난해 9월 대선자금 X파일 수사를 피해 미국으로 출국해 5개월 동안이나 방랑 생활을 했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선현들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한국 검찰도 미 검찰처럼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흥분하면 본질에서 벗어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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