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파산위기에 몰려 총 500억달러의 정부 구제금융을 받았던 미국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3년여 만에 사상최대 순익을 기록하며 '왕좌' 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이 지난해 80억달러의 순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고 6일 보도했다. 이는 전년의 47억달러를 훨씬 뛰어 넘는 수치로 오는 16일 지난해 실적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혈세를 축내는 미운 오리로 전락했던 GM의 부활은 미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2009년 3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3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을 단행했으며 과감한 세금혜택도 줘 연방법인세를 거의 한푼도 내지 않도록 도왔다.
GM 역시 즉각적인 군살빼기 작업에 돌입했다. 2008년 전세계에 걸쳐 26만3,000명에 달했던 노동자 수는 현재 20만8,000명까지 줄었고 같은 기간 86개 모델을 생산했던 조립라인은 49개 모델로 단순화했다. 자동차의 뼈대가 되는 플랫폼 역시 현재 30개에서 오는 2018년까지 14개로 줄여 생산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경영자들도 수난을 겪었다.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릭 왜고너는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미 재무부의 압박에 쫓겨나다시피 옷을 벗었고 후임자인 프레더릭 헨더슨과 에드워드 휘태커 역시 각각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GM의 CEO는 세계적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대니얼 애커슨이 맡고 있다.
2010년 230억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GM은 지난해 1,5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문을 닫았던 테네시주(州) 스프링힐 공장은 조만간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GM 주식의 26%를 보유한 미 정부도 표정관리에 나섰다. 양호한 실적에 따라 현재 26달러 선인 이 회사 주가가 상승할 경우 구제금융에 들어간 돈을 상당수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GM이 오바마 재선에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니얼 아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6% 선인 매출 대비 이익률을 현대자동차ㆍBMW와 비슷한 10% 선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요나스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목표가 이뤄질 경우 GM의 순익이 2013년 100억달러를 돌파하고 2015년에는 120억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순이익이 100억달러를 넘는 기업은 전세계에서 17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내수 자동차 판매량이 10% 넘게 증가해 매출 상승세를 견인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대지진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도 미국시장에서 매서운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유럽 재정위기가 아시아까지 번질 경우 상승세가 둔해질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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