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금 문제는 우리 국민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참여정부 시기의 극심했던 종합부동산세 논쟁과 이명박 정부 내내 반복된 감세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현 정부 들어 조세정책은 가장 핵심적인 의제가 됐다.
복지 확대 따른 재원 확보 필수
임기 3년차인 현 정부에서 벌써 세 번의 굵직한 세금논쟁이 있었다. 근로소득세 감면방식 변경, 기업유보금 과세, 그리고 담뱃세 인상 같은 정책이 갑자기 발표될 때마다 국민들은 동요했으며 뜨거운 사회적 공방에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결과가 공개되며 납세자들은 2013년의 세액공제전환 조치가 초래한 예상을 뛰어넘는 세금인상에 결국 분노를 표출했다.
연말정산 대란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지금의 사태를 단편적 정책과실의 후유증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많은 국민이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세금이 줄줄이 인상되는 '증세 도미노'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증세 없이 국민이 원하는 복지확대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세금을 많이 인상하는 정부로 인식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국민들은 수차례에 걸친 세금인상으로 '무증세 원칙'이 이미 파기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도 형식논리에 갇힌 정부가 매번 증세는 없었다는 공허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재정여건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대선공약 사항인 복지확대 정책의 성공에는 추가 재원의 안정적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연속된 세입결손 규모가 총 20조원에 달하면서 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임기 초 약속했던 세출 구조조정은 물 건너간 지 오래고 오히려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보육지원 예산이 지자체에 적절히 제공되지 못해 관련 예산을 둘러싸고 지난해 벌어진 공방은 최근 악화된 재정의 파열음에 다름없다. 올해부터 인상되는 담뱃세가 연 4조~5조원의 추가 세수를 제공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의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물론 임기 중반에 접어든 정부로서는 그동안 한사코 부정해온 증세 논의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증세논의가 대두되는 것 자체가 정부의 경제정책을 침몰시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재정 문제를 정부 임기의 시계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복지확대 속도는 조정할 수 있어도 방향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복지정책은 특성상 1~2년에 일단락될 수도 없다. 복지확대와 안정적 재원확보 문제는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장기적 과제다. 단기적 정치상황의 논리가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재정 논리에서 정부는 복지증세의 필요성과 규모, 그리고 방식에 대해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정부는 복지확대에 따른 필요재원의 규모를 밝히고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적정 수준의 복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수렴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 통해 복지 수준 합의부터
증세가 불가피한 경우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해 국민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대선공약에서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체에 의한 복지 및 조세정책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국민은 무증세 늪에 빠진 정부에 출구를 열어주고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줄 만큼의 지혜와 공동체의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에 걸맞은 진정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부를 향한 국민의 인내심이 종국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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