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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6자 회담에 거는 기대

북한 핵실험이 그 성패에 관계없이 한반도에 전쟁가능성을 높여놓은 것은 사실이다. 1차 핵실험의 폭발력이 소규모였다는 측면에서는 실패이지만 소규모의 핵폭발이라도 성공했고 앞으로의 2차 핵실험은 장비나 기술면에서 더 세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한국ㆍ미국ㆍ중국ㆍ일본을 긴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군사갈등 가능성은 높아진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무장을 배경으로 해서 사소한 군사갈등에도 강경하게 대처한다면 우리 한국군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고 이는 바로 비극적인 상황까지도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이 다시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밝힌 중국 외교부의 발표는 현재의 팽팽한 긴장관계를 이완시켰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 회담의 배경이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한 배경에는 ‘핵실험’이라는 사고를 친 후 쏟아진 국제사회의 따가운 비판,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구체화, 중국의 석유와 식량 제공 중단의 위협, 그리고 남한의 대북정책 재검토 움직임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북한을 궁지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6자회담에 나와 핵실험의 입장을 변명할 것이며 나아가 핵실험 이후의 격상된 지위, 즉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기를 요구할 것이다. 반면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북한 핵문제로 골치가 아팠으면 이번의 6자회담에 북한이 복귀하기로 했다는 소식만으로도 “매우 기쁘다”고 했을까. 아마도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와 PSI 체제,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순방과정에서 이뤄진 압박정책이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이 핵실험 이후의 지위 격상을 6자회담에서 느껴보려 하고 미국은 압박정책의 성과라고 판단하면서 회담에 나선다면 회담장의 분위기는 격앙된 미국과 북한, 그리고 중간에서 어쩔 줄 모르는 중국과 한국이 있을 것이다. 벌써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하나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자회담 틀 안에서 조-미 사이에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 해결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회담에 나가기로 했다”고 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힐 차관보가 “북한이 지난해 9ㆍ19 공동성명에서 밝혔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발언은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한다. 2005년 4차 6자회담의 결과물로서 탄생한 9ㆍ19 공동성명은 바로 첨예한 북한과 미국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 골자는 한반도의 비핵화, 미국의 대북 불가침 보장과 관계정상화, 주변국들의 대북 에너지 제공과 경제협력 등으로 미국의 요구인 북한 핵무장 제거와 북한의 요구인 체제보장,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협정체제라는 것이 구상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 구상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거리도 가지고 있다. 즉 미국은 북한을 불신하기 때문에 비핵화에 대한 조치가 선행돼야 경제제재나 관계정상화의 과정을 밟겠다고 하고 북한은 미국을 불신하기 때문에 미국의 신뢰할 만한 경제제재 해제나 체제보장 조치가 선행돼야 비핵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버티기 때문이다. 사실 9ㆍ19 선언은 유엔 헌장이나 국제규범,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권 등 북한이 핵 강대국인 미국에 대해 항의할 요소들이 많이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 핵위협 철폐, 경수로 건설,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6자회담에서 9ㆍ19 공동성명의 원칙대로 최소한 한발짝이라도 나아가는 합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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