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위가 대기업의 부당한 거래에 대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지만 변죽만 울릴 뿐 근본적인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공정위의 행동반경을 대폭 넓혀준 것이다.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공정위로부터 자료제출이나 의견진술을 요청 받은 대기업과 관계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실태조사의 방법과 시기ㆍ범위ㆍ공표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공정위는 상호출자 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특수관계인에 대해 가지급금ㆍ대여금ㆍ인력ㆍ부동산ㆍ유가증권ㆍ상품ㆍ용역ㆍ재산권 등을 제공할 경우 공정거래 위반 여부를 정기적으로 조사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실천모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투영된 것"이라며 "실천모인 의원들이 4호 법안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4호 법안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신설했다. 대기업이 담합을 해서 소비자가격을 올리거나,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하거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경우 집단소송을 허용하고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했다. 대기업들이 불공정행위를 하더라도 부담해야 하는 과징금이 낮아 재차 불공정행위에 나서는 악습과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은 일부 상품에 대해 가격담합을 통해 14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지만 매출액대비 과징금 비율은 2.58%에 불과했고 컴퓨터용 컬러모니터의 경우 가격담합을 통한 매출액은 3조원에 육박했지만 과징금 비율은 0.89%에 그쳤다. 이처럼 불공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과징금을 내는 것이 오히려 기업활동에 유리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근절하겠다는 것이 4호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하도급법 위반행위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등에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실천모임은 이를 모든 산업과 업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실천모임은 지금까지 ▦대기업 총수에 대한 집행유예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1호) ▦일감 몰아주기 징벌에 대한 공정거래법 개정안(2호)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3호)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특히 3호 법안의 경우 새누리당 내부에서 의견마찰이 커 도입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4호 법안은 여당 내부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고 야당과 공정거래위원회도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입법 과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천모임의 한 관계자는 "늦어도 9월 초에는 법안이 발의될 것"이라며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되면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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