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장도 남지않은 명성황후 사진을 둘러싼 '팩션 사극'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모든 것을 '잃어버린 얼굴'이다. 사랑도, 희망도, 사람도. 불길 속에 타들어 가는 사진 속 여인의 얼굴. 그 모습이 허공으로 사라지며 극은 끝나지만, 쓸쓸한 낯빛은 하얀 연기처럼 한동안 무대를 지배한다.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명성황후의 사진이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는 흥미로운 사실에 착안, 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입혀 만든 팩션 사극이다. 황후는 정적들로부터 자신을 숨기기 위해 사진을 거부하고 일본 자객들은 황후 암살을 위해 그녀의 사진을 구하러 나선다. 일본인 사진가의 조수이자 어머니를 죽인 명성황후에게 복수심을 품은 '휘'는 몰래 찍은 황후 사진을 두고 고민에 빠지고, 그 사이 '예정된' 결말과 '예상 못 한' 비극이 함께 덮쳐온다.

극은 명성황후의 세 번의 죽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1882년 임오군란(구식 군대가 신식 군대와의 차별에 반발해 일으킨 폭동으로 민씨 일가·일본 배척 운동으로 확대) 직후 거짓 장례와 1895년 을미사변(일본 자객의 명성황후 시해), 그리고 서거 2년 2개월 만에 거행된 국장까지. 죽음을 세 차례나 선고받아야 했던 기구한 삶을 비추는 동안 애정에 목말랐던 아내요, 피눈물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미, 궁 안팎 수많은 정적과 싸워야 했던 정치가로서 명성황후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된다.



세련된 무대 연출은 몽환적인 극의 분위기를 제대로 담아냈다. 세트 대신 흑백의 수작업 스케치를 무대 3개 벽면에 투사해 궁궐을 시각화했고, 순백색의 의상을 입고 군무를 펼치는 배우들을 스크린 삼아 그 위에 다양한 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감각적인 미쟝센을 만들어 냈다.

무대 위엔 수시로 여러 개의 액자가 등장하고, 명성황후는 그 사이를 배회한다. "내가 원하는 조선의 모습이 굳건히 세워지는 날 사진곽 앞에 서고 싶다(극 중 대사)"며 '그때'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삶을 보여주듯. 그래서 극 말미 액자 앞에 선 명성황후의 미소가 더 애잔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끝내 바라던 모습으로 남지 못한, 개인과 역사의 비극을 모두 품은 얼굴이기 때문이다. 9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