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오후 6시 30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미국 대사관저. 준비 요원들이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이고 취재기자들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려댄다. 역사적인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현장은 그야말로 뜨거운 관심과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미일 3국 정상이 6년 만에 자리를 같이 했지만 분위기는 다소 어색했다. 줄기차게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해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박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이어 아베 총리가 미국 의전장의 안내로 접견실로 가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환담을 나누었다. 북한 핵불용, 중국의 군사대국화 저지 등의 공동목표가 있어서 그런지 두 정상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보다 5분 늦게 관저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와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르자 오바마 대통령이 한일 정상을 잡아 끌며 악수를
유도했고 세 정상은 2분 동안 가벼운 환담을 나누었다. 아베 총리는 연신 박 대통령을 쳐다보았지만 박 대통령은 그 같은 시선이 다소 부담스러운 표정이었다.
미국 주도로 성사된 이번 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회담장에 들어서자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의자를 빼주는 등 몸살기운이 있는 박 대통령을 성심껏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베 총리가 맨 오른쪽 자리에 착석해 왼쪽부터 한ㆍ미ㆍ일 배치가 됐다.
가장 먼저 모두발언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세 사람이 함께 만나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도전에 대해서 얘기하는 첫 번째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회담장 흥을 돋우었다.
가장 마지막에 모두발언을 한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박 대통령을 ‘대통령님’으로 부르면서 정면을 바라보며 한국말로 “오늘 만나서 반갑습니다”고 인사를 건넸다. 발음은 서툴렀지만 마음만은 전달하고 싶다는 간절한 심정이 배어 있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