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경기부양 방식은 새해 예산안 자체를 한번에 대폭 늘리는'원샷(one-shot)'이 아니라 '연말 예산안의 소폭 조정+내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는 '투샷(two-shot)'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 정부가 새해 예산안의 대폭 증액을 사실상 거부한 탓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대로라면 조기에 경기회복의 마중물을 만드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역대 추경 편성이 상반기에 이뤄진 적은 매우 드물며 그나마 가장 빠른 사례를 살펴봐도 3월 즈음에야 정부가 추경 초안을 제출하면 국회가 4월 중 통과시키는 방식이었다.
박 장관은 20일 세종시 정부청사 입주식 도중 기자와 만나 "일단 예산안 처리는 (정부가 지난 9월에 제출한) 원안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새해 예산안의 대폭 조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저희가 오는 27일에 발표할 내년도 경제운용 방향도 경기부양을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연 재정부 제2차관도 행사 직후 기자와 만나 "현재로서는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서 처리할 때 (기존 반영 사업비중 일부를) 감액하는 범위 내에서만 (경기부양 예산을) 증액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이유에 대해 "현실적으로 예산안을 크게 조정하기에는 연말까지 시간이 촉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경 편성도 내년에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못 박았다.
그동안 여야와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당초 내놓았던 새해 예산안 원안 자체를 수정해 '원샷'으로 경기부양용 확대재정을 편성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연말까지 시간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면서 투샷 방식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가 예산안을 증액하려면 재정부 장관의 동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법제화돼 있어 박 장관이 버티면 방법이 없다.
다만 여야정이 막판에 극적 대타협을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이르다. 여야가 대선 공약 중 당장 경기부양과 관계없는 선심성 예산안은 2014년 이후로 반영을 미루거나 포기ㆍ축소하고 각 지역구 의원들이 표심을 사기 위해 민원성으로 찔러넣는 이른바 '쪽지 예산'은 최소화하는 조건을 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야가 긴급한 민생 예산만을 추려 예산 반영을 정부에 요구한다면 박 장관이 적자국채 발행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경기부양의 묘수를 고민할 여지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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