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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화폐는 인간 폭력 막기 위한 매개체

■ 화폐 인문학-괴테에서 데리다까지<br>(이마무라 히토시 지음, 자음과 모음 펴냄)


화폐를 경제학적·사회학적 의미가 아니라 인문학적·철학적 관점에서 논했다. 일본 현대 철학자인 저자는 인간이란 존재에게 화폐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또 괴테, 앙드레 지드의 소설 분석을 통해 인간 관계의 근간을 형성하는 화폐 형식이 그들의 작품에 어떻게 드러나며 그 형식을 둘러싸고 어떻게 작품 진행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철학적으로 규명하는 등 화폐에 대한 접근과 해석방식을 기존의 경제적 관점과 다르게 시도하고 있다. 화폐의 기능론이 아니라 존재론 차원에서 화폐를 분석한 셈이다. 화폐의 기능은 교환, 계산 또는 지불 수단, 가치 등 여러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화폐의 존재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같은 화폐의 사회철학적 의미를 밝히기 위해 저자는 지멜의 '화폐의 철학'부터 루소의 '언어 기원론에 관한 시론' 등 다양한 저작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는 사회철학적 의미로 화폐를 인간 관계에서 폭력적 충돌을 막기 위한 일종의 매개로 해석한다. 저자가 자신의 관점을 '화폐의 사회철학'이라고 말하고 있는 배경이다. 인간은 자연 상태에 완전히 통합되지 않고 분리됨으로써 서로 대립하고 투쟁하며 자연에 폭력을 가하거나 당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를 중재할 매개 형식이 필요한데 화폐가 바로 그 매개 형식이 된다는 것이다. 또 증여 행위가 인간관계에 생과 사의 단절을 부여한다고 지적하고 마르크스주의의 화폐 폐기론은 경제학적 차원에서는 이상적일지 모르지만 인간 존재의 근원과 연결지어 생각하면 재앙이라고 지적하는 등 색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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