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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취임 이후 사정(司正) 드라이브를 걸며 공산당 정풍운동을 이끌고 있는 시진핑 중국 총서기가 주하이ㆍ광저우 등 주장 삼각지역을 중심으로 반부패 시범특구를 선정했다. 덩샤오핑이 지난 1980년대 초 선전ㆍ주하이 등 광둥성 남부 주장삼각주 지역을 특별자유무역 자치구로 지정하며 중국이 고속 경제성장의 시동을 걸었듯 이곳을 반부패 작업의 교두보로 삼아 차츰 전선을 전국으로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반부패 구상은 시 총서기가 취임 이후 첫 지방시찰지로 주장 삼각지역을 택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주장 삼각지역은 개혁ㆍ개방의 시발점인 동시에 톄안먼사태와 동구 공산권 몰락으로 중국이 국내외적 위기에 처해 있을 때인 1990년대 초 덩샤오핑이 100년 개혁개방을 천명한 '남순강화'로 돌파구를 찾은 지역이기도 하다. 시진핑도 지난주 말부터 덩샤오핑식 남순강화를 따라 하며 개혁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동시에 반부패 청사진을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베이징 정치분석가의 시각이다.
10일 중국경영보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광둥성 정부는 시진핑의 남순강화 시기에 맞춰 주하이시 헝친신구, 광저우시 난사신구, 사오관시 스싱현 등 3개 지역을 반부패 시범특구로 선정했다. 시진핑은 8일 주하이시 헝친신구를 방문한 데 이어 9일에는 광저우시 난사신구를 찾는 등 경제특구를 시찰해 개발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106㎢에 이르는 헝친신구는 자유무역과 국제전시ㆍ서비스의 허브로 만든다는 구상 아래 지금 말뚝을 박고 길을 만들며 고층건물을 올리는 공사가 한창이다. 제2의 홍콩ㆍ마카오를 꿈꾸는 이곳은 중앙정부가 직접 대규모 재정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지방당국ㆍ개발업자 사이에서 부패고리가 형성되기 십상인 이곳을 반부패의 1번지로 삼아 고질적인 당 부패 청산작업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헝친신구는 이미 반부패전담국을 신설해 산하에 기율감독부ㆍ감사부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홍콩의 반부패 근절제도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이들 3개 반부패 특구에서는 먼저 고위 당간부 개인과 가족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오관시 스싱현은 이미 지난 6개월간 중간간부를 대상으로 재산내역 공개작업을 추진해왔다.
광둥성 정부는 이들 3개 시범특구를 시작으로 점차 성 전체로 반부패 전선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며 고위 당간부의 재산공개 의무화는 향후 5년간 반부패를 위해 실시할 35개 조치 중 하나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공직자 재산공개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관련기관에만 보고되고 일반인에게는 내용이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는 재산공개 대상과 범위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천다오인 상하이 정법학원 교수는 "이번 조치는 상징적 의미가 더 강하다"면서 "신고된 재산내역을 제대로 실사하는 절차가 없다면 관리들이 거짓신고를 해도 적발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광둥성은 량다오싱 전 선전 부시장, 정베이취안 전 잉더 부시장 등 고위관리를 잇달아 반부패 혐의로 구금 조사하는 등 사정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진핑의 반부패 시범특구 선정이 구두선에 그칠지, 진정한 당 부패청산의 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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