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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에볼라 비상] 피해 규모 '사스' 넘어… 전염병 공포, 세계경제 발목 잡나

말리 등 인접국 전이되면 금·코코아 시장 큰 타격

바이러스 사태 장기화 땐 글로벌 관광·무역 치명타


세계 경제에 '에볼라' 경고등이 켜졌다. 글로벌 경제에서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창궐한 이 죽음의 바이러스가 주변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전반에 끼칠 전이 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03년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08년의 신종플루 때처럼 '전염병의 공포'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또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3일(현지시간) 현재까지 826명의 사망자를 낸 에볼라의 주요 피해 지역은 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기니 등 서아프리카 국가 3곳이다.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나이지리아의 사례 또한 에볼라에 감염된 채 이 지역에 여행을 온 라이베리아인이었다.

이들 3개국의 인구는 모두 합쳐 2,100만명 정도이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구매력평가(PPP) 기준 580~1,340달러(2012년 현재)에 불과해 세계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이 때문에 에볼라가 글로벌 경기 전반에 미칠 파급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이 지난주 말 미 본토로 송환 조치된 것을 계기로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강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치사율이 60~90%에 육박하는 에볼라가 아프리카 국경을 넘어 전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방송 CNBC는 보건의료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전염병 공포가 위험한 진짜 이유는 그것이 급격한 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서아프리카 현지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운영에 지장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면 에볼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증폭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볼라가 처음 창궐한 지난 3월만 해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서아프리카 진출 기업들도 최근의 사태 변화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광산 업체인 런던마이닝과 아프리칸미네랄은 최근 자사 인력들의 여행 제한과 함께 비필수 근로자들을 해당 지역에서 철수시켰다. 이들 기업 주가는 1월 이후 6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이미 에볼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브라질 철광석 업체 발레(Vale)와 이스라엘의 BSG리소스 등도 에볼라 확산 우려를 감안해 최근 기니의 생산시설을 잠정 폐쇄했다. 국제 의료 및 여행안전 서비스 제공 업체인 인터내셔널SOS는 "지난 몇 주 새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업체들로부터 수백여건의 상담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말리와 세네갈,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등 인접국으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이될 가능성이다. 현 발병 국가 3곳보다 경제 규모도 크고 세계 무역량도 많은 이들 국가로 에볼라가 확산될 경우 "금과 코코아 시장에서 이들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커 세계 경제에 더 큰 파장이 일 수 있다"고 컨설팅 업체 테네오인텔리전스의 만지 체토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현재 에볼라의 피해 규모는 2003년 홍콩을 중심으로 전세계로 확산된 사스의 사례(774명 사망)를 넘어섰다. 아시아개발은행은 당시 사스에 따른 경제 피해 규모가 180억달러에 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의 0.6%포인트를 잠식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이 본격적인 경기 회복기였던 데 반해 현재의 세계 경제는 여전히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여서 에볼라 확산 및 사태 장기화가 글로벌 관광 산업 및 운송, 무역 등에 입힐 경제적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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