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공학도는 머슴에 불과하지만 스위스에서는 가장 대우받는 인재지요." 스위스 로잔공과대학에서 박사후 연구과정을 밟고 있는 김영호(37ㆍ가명) 박사는 많고 많은 대학 중에서 왜 스위스를 택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스위스만큼 공학 연구하기 좋은 곳이 어디 있겠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조국을 위해 평생을 연구에 바칠 것이라며 애국심에 불타는 김 박사지만 한국에서 겪었던 이공계에 대한 냉대, 과학자를 찬밥 대우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귀국이 늘 망설여진다. 현지에서 의사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국가의 인재'로 대접받는 동료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서울경제신문 창간 5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생각하며 던진 '교육'이라는 화두의 모범을 찾기 위해 취재진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스위스 로잔. 하버드ㆍ스탠퍼드ㆍ옥스퍼드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스카우트돼 둥지를 튼 교수들과 연구진이 방학에도 아랑곳없이 세계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 스위스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국가 자체가 큰 '지식집약체'다. 영세중립국이라는 역사적 배경 아래 모인 국제기구들과 다국적기업, 명품 스위스 기업 등을 발판으로 100년 이상 최고 교육의 전통을 쌓아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학교육을 자랑하는 스위스 연방공대(로잔ㆍ취리히공대) 말고도 국가경쟁력 평가로 유명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취리히대ㆍ로잔대 등 각 칸톤의 주립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호텔대학ㆍ아트스쿨 모두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한다. 특히 대학과 기업의 산학연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노키아ㆍ로지텍ㆍ알칸 등 세계 일류기업들이 앞다퉈 스위스 연방공대 캠퍼스 내에 R&D센터를 세워 세계 최고 두뇌들의 연구성과들을 수혈 받고 학생들은 언제라도 일류기업에 들어가거나 창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얀안데르스 몬손 로잔공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한국과 스위스는 땅덩어리가 작고 변변한 지하자원이 없지만 뛰어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공업을 발전시켜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스위스는 지난 수십년간 대학과 기업ㆍ현장이 연계된 최첨단 응용기술을 갈고 닦아 오늘날의 국가경쟁력을 일궈왔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공부에 뜻이 있는 학생들의 희망 1순위가 '해외유학'인 대한민국에서 미래100년의 희망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공계가 찬밥 대접을 받고 대학 서열로 모든 게 결정되는 사회의 미래는 없다. 인력 불일치가 국가적 골칫거리인 우리 현실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경제신문은 선진교육 현장을 직접 취재, 그들만의 교육 노하우를 소개하고 이들이 조언하는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을 찾고자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