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화려한 기술문명을 꽃피운 나라다. 반면 건국이래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국민의 75%(개신교와 가톨릭)가 기독교도다.
이 책은 종교국가라는 관점에서 미국이 어떻게 종교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신의 은총 즉 '아메리칸 그레이스 (AMERICAN GRACE)'를 유지해왔는지를 기술한 보고서다. 저자 퍼트넘과 캠벨은 약 5년 간에 걸친 미국인 표본 샘플 5,700여 명과의 인터뷰라는 방대한 규모의 조사를 통해 종교가 미국인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집중 분석한다. 킨제이보고서가 성에 영향을 미친 만큼이나 이 책이 종교에 영향을 줬다는 뜻에서 '종교에 관한 킨제이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지난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50년간 미국사회에서 종교는 세 번의 큰 변화를 겪는다. 1960년대 자유주의 영향으로 젊은이들의 종교의례 참여 급감과 신앙행위의 약화가 그 첫째다. 두 번째는 70, 80년대를 거치면서 나타난 종교의 우익화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나타난 변화는 무(無) 종교인과 기독교인이 둘 다 급격하게 증가한 종교의 양극화다. 종교는 부모로부터 전수되던 과거와 달리 개인에 의해 선택되고 있으며, 종교 간 이동이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결혼, 우정을 쌓는 현상도 급증하고 있다.
종교 양극화와 종교다원주의 간의 공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는 다양한 신앙체계를 가진 사람 사이에서 창조된 인간적 관계망 덕분이며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신으로부터 받은 축복 즉 '아메리칸 그레이스'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의 종교가 분열보다는 통합을 지향하면서 일종의 시민결속에 기여해왔고, 그것이 바로 미국의 축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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