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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샌드위치 증후군

샌드위치 증후군(sandwich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밑에서는 유능한 부하직원이 치고 올라오고 위에서는 경영층이 압박하는 중간관리자의 고통을 샌드위치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최근 한국의 전자산업이 샌드위치 증후군을 겪고 있다. 인건비를 무기로 기술을 이전받았던 중국은 싼값에 제품을 쏟아내며 세계 가전시장의 공룡으로 떠올랐고 일본과 미국은 한국의 전자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경쟁기업과도 한배를 타는 모험을 선택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의 하이얼과 일본의 소니는 안방까지 내놓으라며 덤벼들고 있다. TVㆍ냉장고와 같은 가전은 현명한 소비자의 선택에 맡긴다 하더라도 수출 한국의 밥줄인 반도체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파상공세는 한국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텔과 마이크론의 낸드플래시 합작사 설립, 히타치ㆍ도시바ㆍNEC 등 일본 5개 업체의 차세대 반도체 공동 생산, 중국 촹웨이ㆍTCL 가전 4사의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자체 생산 등은 한국 전자산업에 대한 강력한 견제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은 ‘기술 격차’를 강조하며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기술 격차가 영원히 유지될까. 현재 우리가 1등을 하고 있는 반도체의 예를 보더라도 지난 70년대 미국의 독점에서 80년대 일본으로, 90년대는 한국으로 빠르게 기술경쟁력이 이전됐다. 철강ㆍ석유화학ㆍ조선 등 굴뚝산업도 마찬가지다. 자아도취식 기술경쟁력은 언제든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샌드위치 증후군은 목표를 향해 돌진하던 사람이 갑자기 능력의 한계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심한 우울증에 빠지는 ‘탈진 증후군’으로 발전한다. 한국의 전자산업이 탈진 증후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애플에 공급하는 낸드플래시 가격의 공정거래 위반 여부를 내부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MP3 업체에 공급하는 낸드플래시 가격과 차이가 있다는 것. 하지만 내부 조사 이전부터 돌았던 공정위 조사설은 애플과 국내 반도체 업체의 합작공장 설립을 무산시켰고 애플을 등에 업은 미국 반도체 업체의 역습을 낳았다. 이러다 국내 전자 업체들이 정부라는 벽에 부딪혀 탈진 증후군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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