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신사가 어떤 곳인가.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곳에 일본 최고 정치지도자가 머리를 조아린다면 침략역사의 전면부정이자 전쟁책임 회피로밖에 볼 수 없다. 그것으로 한일관계는 사실상 끝장이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주요 정치지도자들이 퇴행적 역사인식을 드러낸 적은 한두번이 아니었으나 최근 일련의 행보는 우려 수준을 넘어 도발에 가깝다. 앞서 19일 아베 총리는 "1차 내각 때 참배하지 못한 것이 '말할 수 없는 통한'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야스쿠니 참배를 공공연하게 입에 담는 것은 단순한 내치용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 군국화 강행에 앞서 군불 때기 성격도 짙다고 봐야 한다.
아베가 미국으로부터 위헌 논란에 휩싸인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 받은 데 고무돼 침략역사를 부정하고 군국주의 회귀를 강행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착각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 취지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지만 어디까지나 동북아 안정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무명용사와 민간인 유골이 안치된 도쿄 지도리카후치 전몰자묘원을 참배한 연유도 여기에 있다.
아베 총리가 전몰자를 추모하려 한다면 굳이 야스쿠니신사가 아니더라도 참배할 곳은 얼마든지 있다. 국내외 일각에서는 한일대화 재개를 주장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침략역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부인까지 서슴지 않는 이웃나라와는 머리를 맞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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