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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특허괴물' 바로 알기
입력2007-12-07 17:47:58
수정
2007.12.07 17:47:58
영화‘반지의 제왕’과‘해리포터’속에는 흉측한 얼굴에 바위처럼 딱딱한 피부와 길고 예리한 발톱을 가진 거구의 괴물(troll)이 등장한다. 원래 괴물은 사람들이 잠든 고요한 백야에 활동을 하며 야생동물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특허 세계에도 이러한 괴물이 존재하는데 흔히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 부른다. 특허괴물이라는 용어는 지난 1993년부터 쓰이기 시작했는데 2001년 인텔(Intel)사의 법률고문보로 근무하던 피터 뎃킨이 발명이나 적극적인 기술개발보다는 특허를 낮은 가격으로 사들인 후 해당 산업 분야의 기업들을 소송 등의 수단으로 위협해 거액의 합의금을 거둬들이는 기업들을 특허괴물이라 칭하면서 유명해졌다.
이들은 먹잇감을 찾아 시장의 새로운 상품, 신기술 개발 동향 등을 철저히 감시하면서 자신들이 구입한 특허가 침해되기를 기다렸다가 특허 침해를 이유로 위협해 합의금을 타내거나 실제로 특허 소송을 제기해 배상금을 타내는 등 특허제도를 교묘히 악용하는 특허사냥 전문기업이다.
특허괴물은 직접 생산에 종사하지 않기 때문에 통상 상호 호혜적인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으로 귀결되는 맞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불가능하다.
특허괴물은 특허기술의 이용을 통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특허제도의 본래 목적을 벗어나 기술개발과 생산활동 없이 특허제도를 악용해 독점에 따른 이윤(rent seeking)만을 추구하므로 특허제도에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특허괴물로 인해 최근 특허침해소송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막대한 소송비용 및 로열티 지불 등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특허괴물의 소송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 공장문을 닫을 지경에 이른 기업들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 것을 보면 특허괴물은 기업들에게 영화 속의 괴물보다 더 무섭고 사악한 현실이 된 것이다.
특허괴물의 폐해가 급격히 증가하자 미국에서는 피해를 받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공익특허연합을 결성하고 공공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미 의회 역시 특허괴물이 특허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법률안 제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일부 기업에서는 양질의 특허권을 확보하는 것을 기본전략으로 정하고 관련업계의 특허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할 뿐만 아니라 특허에 대한 분쟁대응능력을 키우는 노력도 병행하는 등 바람직한 방향으로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특허청은 지역별 특허분쟁지도와 과거와 현재의 특허를 기반으로 미래의 기술 방향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분야별 특허지도을 작성ㆍ제공함으로써 기업의 특허분쟁 대응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특허 전담인력이 부족해 특허분쟁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국제특허분쟁 예방서비스’를 올해 7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 제품의 보유 기술과 유사한 기술을 검색해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분석ㆍ예측해 그 결과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분쟁이 예상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자문기관(연구소ㆍ대학 등)을 통해 특허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설계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인천 지역의 자동차부품 회사인 A사와 B사는 이 제도를 통해 수출계약 체결에 성공하거나 국제특허를 출원하는 등의 실질적인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또한 기업 내에 특허분쟁 전문인력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특허청은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 정규과정을 개설해 교육을 실시, 확대해나가고 있다. 또한 학계와 업계에 분산된 특허분쟁 전문가를 파악하고 이들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전문가의 활용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허분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기업의 특허 관련 역량과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단 특허괴물뿐만 아니라 경쟁기업으로부터의 특허분쟁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기업 스스로 특허 분야의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노력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임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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