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대형 아파트에는 살 사람이 없다?’ 고급 주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민간 주택업체는 물론 공공 부문까지 중대형 아파트를 앞 다퉈 짓고 있지만 이제 중소형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중대형 수요계층인 4인 가구가 점점 줄고 있다는 분석인데 앞으로 주택공급의 방향전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건설산업전략연구소가 발표한 ‘라이프사이클 변화에 따른 주택수요 변동 분석 및 시사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는 평균 30~34세에 4인 가구를 이뤘으나 2005년에는 35~39세로 시기가 한층 늦춰졌다. 연구소는 앞으로도 30대 4인 가구는 줄어드는 반면 40대 4인 가구 수는 그대로 유지돼 30~40대의 중대형 주택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50대 이상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자녀 분가와 사별 등으로 노년층에서도 역시 중소형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20대 이하 젊은층은 다세대주택이나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사는 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등 주거여건이 ‘하향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소는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이 단순히 공급량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연령대별 주택 수요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중소형 주택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젊은 세대를 위한 임대주택 지원, 고령층을 위한 실버주택 건설 등 연령대별 맞춤형 공급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업체 입장에서도 아파트 분양 평형을 다양화하는 한편 연령대별 계층에 대응하는 주택 비즈니스 모델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소는 권유했다. 이처럼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해 중소형 주택 공급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간간이 제기돼왔다. 한행수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지난해 말 한 간담회에서 “(정부가) 지으라고 해서 주공까지 중대형 주택을 짓고 있으나 중장기적 흐름을 볼 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대형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시장원리에 따른 것일 뿐 인위적으로 개입할 일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공급자가 중대형 주택을 늘리는 것은 부가가치가 높고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1~2인 가구가 늘어나더라도 아직 1인당 주거면적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중대형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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