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가 국내 여행 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원가 이하로 유커를 유치한 적이 있다'고 답한 기업이 무려 43.4%에 달했다. 원가 이하로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다른 어디선가 부족한 만큼을 보충한다는 뜻이다. 손실분을 보충하는 방법으로는 '쇼핑·옵션 확대'가 54.8%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다른 여행상품에 비용 전가(27.0%)' '미래투자로 손해 감수(11.9%)' '품질수준 하향 조정(6.3%)' 순이었다. 손실분을 보충하는 방법을 보면 유커 1,000만명 시대는 고사하고 지금의 유커 600만명선을 지켜내기도 어려워 보인다. 비싼 값에 물건만 사게 하고 음식이나 숙박 등 여행품질을 낮추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어떤 유커가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유커가 많이 오는데도 출혈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주요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관광 인프라 부족에 있다. 볼거리는 물론 한류체험 및 즐길 거리, 숙박시설, 관광 가이드 등 인력, 먹거리 등에 이르기까지 관광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된다. 쇼핑 위주나 서울·제주에 편중된 관광 프로그램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한류 특화형 상품, 휴양림·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관광 상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일본 관광 업계 인사들의 말이 '서울에 다녀올 사람(일본인)은 다 다녀왔다고 한다"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전언은 유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볼 것도, 먹을 것도, 즐길 것도 별로 없이 품질 낮은 관광상품만 강요한다면 관광한국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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