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올해 초까지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환율전쟁이 한차례 있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의 진화 노력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최근 신흥국으로의 핫머니 유입이 크게 늘면서 재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필리핀ㆍ태국ㆍ호주 등이 통화절상 압력을 줄이기 위해 금리인하ㆍ시장개입 등에 나선 데 이어 뉴질랜드도 환시장 개입을 공식 선언한 상태다. 특히 지난번 환율전쟁 때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중국이 9일 사실상 환시장 개입에 본격 나서면서 환율전쟁의 화력은 이전보다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등 각국 환율전쟁 가세=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외환시장에 개입해왔고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계속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국 화폐가치 평가절상으로 관광객이 줄고 농산물 수출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달러 대비 뉴질랜드달러 가치는 1년 전보다 15%나 평가 절상됐다.
태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공격적으로 개입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백기를 들고 지난달 30일 "정부와 힘을 합쳐 화폐 평가절상 조정을 위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태국 밧화 가치는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나 외환시장 규제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최근 피치 등 2곳의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적격 투자등급을 받은 필리핀도 핫머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내국인의 화폐 외부반출 제한을 완화하고 일부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으며 호주 또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2.75%로 내렸다.
이와 관련, 최근 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외환보유액은 올해에만도 1,200억달러가 늘어나 총 보유액이 4조3,000억달러에 근접하는 등 아시아 전역에서 자국 화폐가치 절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화폐 강세에 경제 직격탄 우려=이처럼 환율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것은 신흥국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쏠리자 화폐가치가 오르며 수출 경쟁력 하락, 자산거품, 외환위기 우려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푼 돈은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로 몰리고 있다. WB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이머징마켓으로 흘러 들어온 외환은 640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2%나 늘어났다.
더구나 이렇게 들어온 자금은 단기성으로 선진국의 금리가 올라갈 때 일거에 빠져나갈 수 있다. 이 경우 단기성 자금으로 가격이 상승한 주식ㆍ부동산 등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고 이는 경제 시스템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선진국 양적완화 지속에 환율전쟁 더 거세질 듯=신흥국의 이런 노력에도 선진국의 양적완화 규모가 워낙 크고 동시다발적이라 신흥국들은 이를 막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WSJ는 호주가 2011년 말부터 현재까지 일곱 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그 기간 호주달러 가치는 미국달러 대비 큰 변동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추세가 가속화할 경우 신흥국에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BBVA의 스티븐 슈왈츠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자국화폐 평가절상을 막을 수 있겠지만 저금리 탓에 자산거품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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