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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휴대폰 리콜

한영일 기자<정보산업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최근 휴대폰 업계는 이 격언의 의미를 절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최신ㆍ최첨단 제품이라며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잔뜩 부풀린 채 판매된 일부 제품들이 잇따라 ‘리콜’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이제 거의 생필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일까. 휴대폰 업체들은 “1년에 수백 종의 휴대폰이 나오는데 한 두개쯤이야…”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큰 마음을 먹고 수십 만원짜리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생각도 이들과 같을지는 의문이다. 휴대폰의 리콜이나 품질 불만이 잦아지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시장 선점 경쟁을 너무 의식한 탓에 기본을 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각종 수많은 첨단 기능을 작은 기기 안에 집합시키는 데서 오는 기술적 한계다. 두 번째 원인은 유비쿼터스의 중심기기로 진화하는 휴대폰의 급격한 기술발전을 고려할 때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휴대폰 리콜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지나친 경쟁에서 오는 일종의 ‘소비자 소외’ 현상이다. 전광석화처럼 진화하는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업체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휴대폰 교체 주기가 빠르고 소비성향이 다양해 실험실 역할을 하는 시장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경쟁사보다 빨리 제품을 내놓겠다는 욕심에 충분한 품질 테스트를 거치지 않거나 부품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설익은 밥’을 소비자에게 들이밀어서는 안된다. 휴대폰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경주마처럼 오로지 ‘기술과 시장’만을 보며 돌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휴대폰 리콜은 업계가 그동안 잠시 도외시했을지도 모를 ‘소비자’라는 근본적 가치에 대해 성찰하며 ‘숨 고르기’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 ‘소비자의 신뢰’라는 크나 큰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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