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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P(43)씨는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모델하우스의 마감재 품질이 앞서 이 회사가 인근에서 분양한 단지보다 떨어지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 측이 분양가를 이전 단지보다 낮춰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했는데 결국 저렴한 마감재로 공사 단가를 낮춘 효과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을 막기 위한 건설사의 분양가 인하 경쟁이 잇따르고 있지만 일부 아파트의 경우 마감재 수준을 낮추거나 지하층 공사비를 줄이는 방법 등으로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확산된 건설사의 분양가 인하 경쟁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이 아파트 품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철근 등 건자재비는 꾸준히 오르는 등 분양가 상승 요인가 많지만 가격 경쟁 때문에 선뜻 올리기 힘든 실정"이라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업체가 마감재 수준을 다소 낮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인하는 마감재 변경의 힘?=지난해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A아파트의 경우 앞서 이 회사가 같은 지역에서 공급한 B단지보다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A아파트의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이 아파트 84㎡A 타입 분양가는 최저 2억7,350만원으로 B아파트 같은 면적보다 1,000만원 가까이 낮았다. 하지만 바닥재와 도배·창호 등 마감재가 포함된 A아파트의 마이너스 옵션 가격은 2,280만원대로 이전에 분양한 아파트보다 50만원가량 저렴했다.
이는 다른 지역 아파트에서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김천혁신도시 C아파트 2차 분양 역시 가격은 2억3,000만원 정도로 1차 분양 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마감재가 포함된 마이너스 옵션 금액은 84㎡가 2,330만원 안팎으로 1차(2,390만원)보다 저렴하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마이너스옵션 금액이 저렴하다고 해서 모두 품질이 떨어지는 자재를 사용했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단계 밑의 자재를 사용한다고 해서 쉽게 알아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가는 오르는데 공사비는 내리고=분양가 인하에 따라 가구당 공사비도 감소하고 있다. 김천 C 아파트의 가구당 공사비는 1억5,000만원 정도로 이전의 분양아파트 가구당 공사비(1억6,100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했다. 시멘트·철근을 비롯한 자재비와 인건비 등 아파트 공사에 필요한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데 공사비가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저가의 자재와 각종 시설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을 2층이 아닌 1층으로 설계를 하는 것만으로도 공사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입주자들이 실제 생활에서는 불편함을 크게 못 느끼겠지만 아파트의 품질 면에서는 예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분양가 인하에 따른 건설사들의 손실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마감재와 공사비 조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체들은 이 같은 방식의 분양가 인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결국 '분양가 상한제' 탓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가를 받지 못하게 규정해 놓음으로써 이윤을 추구하는 건설사로서는 품질을 떨어뜨려 가격을 맞추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품질에 비해 비싼 아파트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며 "가격 상한선을 정해놓고 이에 맞춰 집을 지으라고 하니 결국에는 아파트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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