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 최고지도자들이 6년 만에 만나 '운명공동체'로서의 양안관계 발전방향에 대해 합의했다. 하지만 대만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명칭과 양안 서비스 무역협정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신화통신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와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공 수뇌회담'을 열고 양안관계 발전방안과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담은 국가 지도자가 아닌 공산당과 국민당의 당 대 당 수뇌부 간 만남이다. 시 주석과 주 주석의 회담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당 수뇌부 회담은 지난 2009년 5월 후진타오 공산당 총서기와 우보슝 국민당 주석과의 회담 이후 6년 만이다.
시 주석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양안관계가 새로운 정세에 직면한 만큼 상호 신뢰증진을 통해 운명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어 "대만의 지역경제 협력 참여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상황에서 적절하게 배치돼야 한다"며 "(이러한 원칙 아래) 대만의 AIIB 가입 의향을 환영하고 이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발언이 '92컨센서스(92공식)' 및 '대만 독립 반대'라는 공동의 정치적 기초를 견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했다. 92컨센서스는 1992년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각각의 해석에 따른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시 주석이 민감한 현안인 대만의 AIIB 가입 명칭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내세우며 선을 그으면서도 공동연구를 제안한 만큼 머지않은 시점에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 주석도 92컨센서스를 견지하면서 대만의 AIIB 가입 등 국제협력을 더욱 확대해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주 주석은 "양안은 중화민족으로 운명공동체이며 지역평화·환경보호·경제통합 등에서 서로 협력을 강화해 혜택이 일반서민들과 중소기업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양안 간 우호를 재확인하는 성격이 강한 만큼 구체적인 성과물을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 주석의 방중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패배하며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 지지세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내년 1월 총통선거를 앞두고 안정적인 양안관계를 강조해 정권교체 바람을 잠재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회담에서는 이 밖에 중국의 '일대일로' 건설에 대한 대만 측의 참여,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대만 가입 문제 등 현안도 비중 있게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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