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올 하반기에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뉴욕 등 주요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국채 투자도 크게 늘어나는 등 금융시장은 달아올랐지만 이러한 열기가 실물경제로 옮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경제전문 방송 CNBC는 10일 세계 최대 인적자원 컨설팅 업체인 맨파워의 분기별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 기업들이 3·4분기에도 고용을 늘리는 데 매우 인색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보도했다. 맨파워가 전 세계 42개국 6만5,000개 기업의 고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3·4분기 고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국가별로 전분기보다 많은 인원을 고용하겠다고 답한 국가는 11개에 불과했고 24개국은 전분기보다 고용하려는 인원이 되레 감소했다.
이 가운데서도 이탈리아와 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 등 유럽 주요국의 고용사정이 가장 나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보고서는 이탈리아의 3·4분기 고용이 전분기보다 8%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며 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 역시 나란히 1%씩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CNBC는 "이들 국가는 단순히 신규 고용 규모를 축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일자리마저 줄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실업률이 11.7%에 달할 정도엿지만 하반기에도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고용확대 의사가 많은 유럽 국가들도 확대폭은 최소한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 경제규모 1위인 독일은 3·4분기 고용이 5% 증가해 전분기보다 증가폭이 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고용전망 약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예치금리 도입과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고용 등 실물경기에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유럽 증시의 경우 독일 증시인 DAX30 지수는 전날 1만8.63으로 사상 처음으로 1만선을 돌파했으며 프랑스 CAD40지수도 이날 4,589.12로 지난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부양책이 자산시장 등 금융시장만 끌어올릴 뿐 고용시장으로 열기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월드컵 개최로 특수가 전망됐던 브라질의 경우 7% 증가가 예상됐지만 이는 2009년 4·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 외에도 일본(16%), 멕시코(14%), 중국(14%) 등 고용증가가 전망된 국가들도 증가폭은 전분기 대비 1~3%포인트씩 저조했다.
반면 인도(46%), 대만(38%), 싱가포르(19%) 등 아시아 국가들은 신규 고용을 크게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리스·아일랜드·스페인 등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신규 고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맨파워는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들의 경우 경기침체 이후 고용사정이 안정을 찾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실업률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등 노동시장의 회복세를 나타냈던 미국이 3·4분기에는 고용을 2008년 2·4분기 이래 최고인 14%나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실업률은 4월 현재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6.3%를 기록했다. 맨파워는 "레저 및 접객업 부문의 신규 고용 의사가 두드러졌으며 교육·보건의료와 전문직 분야에서도 고용증가가 다소 이뤄질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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