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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나나 결국 똑같은 고깃덩어리"

한효석 5년만에 국내 개인전

'감추어져 있어야 했는데 드러나고만 어떤 것들에 대하여18'

이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섬뜩 놀라며 인상을 찌푸린다.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겨낸 것인지, 아니면 사람 얼굴 위에 고깃덩어리를 갖다 붙인 것인지. 어느 쪽이든 끔찍하기는 마찬가지다. 피부를 벗겨낸 듯 시뻘건 고깃결이 생생한 얼굴과 마주한다는 것은, 작품 감상의 흡족함보다는 혐오감과 고통을 주는 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얼굴 가죽이 벗겨진 그림 속 인물은 덤덤하게 관람객을 응시한다. 한효석의 유화 '감추어져 있어야 했는데 드러나고만 어떤 것들에 대하여'이다.

작가 한효석이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5년만의 국내 개인전을 열고 있다. 도대체 작가는 무슨 의도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이 작품의 모델은 젊은 백인 여성입니다. 미인이죠. 하지만 백인이나 흑인이나 우리 동양인이나 결국엔 다 똑같은 고깃덩어리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돼지·소·개나 인간이나 마찬가지고요. 감추고 싶었던 것들도 '나'이고, 드러내고 있는 모습 또한 '나'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얘깁니다."

만약 감춰져 있어야 했는데 드러나고만 수치감이나 치부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어쩌면 이 그림에서 위로를 얻을 지도 모를 일이다. 너나 나나 똑같으니까.

흔히 아는 '아름다운 미술'에 대한 전통적 관념은 일찌감치 깨졌다. 이처럼 기괴한 이미지를 통한 '충격요법'은 제2차대전 후 미술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해, 198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주요한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이런 그림을 사갈까' 싶을 테지만 '없어서 못 파는' 그림이 됐다. 베이징 개인전 때는 중국 뿐 아니라 홍콩, 말레이시아 컬렉터들까지 찾아와 작품을 구입했다.



이번 전시에는 죽은 돼지의 사체를 그대로 본떠 만든 설치작품이 선보였다. 신작을 위해 그는 전북 태인의 한 양돈농장에 손수 작업실을 짓고 돼지와 함께 지냈다. "돼지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돼지는 사람 손에 의해 태어나 인간이 원하는 무게가 됐을 때 사람 손에 죽습니다. 좁아터진 사육장에서 태어나 죽어서라야 자유를 만날 수 있는 신세죠. 몸은 자유롭지만 정신은 자유롭지 못한 인간도 비슷한 신세입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 제목 '자본론의 예언'이다. 5월1일까지. (02)7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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