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는 것이 식물의 상처가 만든 아름다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소설을 통해 아프거나 고통스러워 외면해온 삶의 진실,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는 자리까지 데려가고 싶어요."
14년 만에 일곱 번째 장편소설 '꽃들은 어디로 갔나'를 내놓은 서영은(71·사진) 소설가는 4일 광화문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번 책 제목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꽃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의 절정이지만 그 식물에는 하나의 상처"라며 "그 상처가 스러지며 열매로 변환되고 다시 씨앗으로, 꽃으로 순환되는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에 대한 제 안팎의 도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시간이 너무 많았고 그럴 때마다 입은 상처에서 피가 줄줄 나는 것 같았다"며 "사랑을 꽃에 비유한 것도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진행형인 우리 앞의 시간에서 사람들은 자기 필연에 따라 움직이고 서로 어떤 상처를 주고받는지 모르면서도 그 소용돌이에 맞물려 내달린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과거를 어떻게 현재에 재현해 그 정황의 깊이를 다시 체험할 수 있게 하는가다. 그 속에 우리 모두의 삶이 담겨 있고 거울처럼 비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지난 1995년 작고한 고(故) 김동리 선생과 두 번째 부인 고 손소희씨, 그리고 작가 사이의 이야기다. 극 중에는 박 선생과 부인 방 선생, 그리고 강호순으로 대치되지만 이야기의 큰 틀과 내용은 거의 사실 그대로다. 한국문학에서 미당 서정주와 나란히 평가를 받는 고 김동리 선생이지만 1987년 당시 74세의 나이로 30살 연하인 서영은 작가와 세 번째로 결혼한 일은 큰 화제가 됐다. 그간 작가는 198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먼 그대'에서도, '한 남자를 사랑했네(1993년)' '일곱 빛깔의 위안' 등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이 이야기를 담아왔다. 그럼에도 굳이 다시 한번 소재로 삼은 이유는 뭘까.
"그간 '구도의 과정'으로 설명해온 제 문학이 제 삶 속에 다 담겨 있었습니다. 그걸 놔두고 다른 소재로 글을 써온 것이 성에 차지 않아 자전적 요소를 전체 프레임으로 삼고 정면으로 다루게 됐습니다. 이번 소설은 제 자신에게 소설쓰기에 한 획을 긋는 의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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