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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쓴 칠레 혁명가수의 자서전

'빅토르 하라' 조안 하라 지음, 삼천리 펴냄


예술을 억압하고 금지하면 저항은 커지는 게 세상사다. 민중예술이 대표적인 예다. 자유롭고 신명나게 대중의 속 마음을 거침없이 내 보이는 민중예술은 그러나 독재자들에게는 언제나 무질서와 불온한 집단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민중예술이 금기시 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70년대 초 대통령 선거를 앞둔 칠레. 기득권 관료세력과 민중세력으로 양분돼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다.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일으킨 쿠테타로 칠레 인민연합이 무너지고 칠레의 양심으로 불렸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죽음을 당했다. 당시 가수이자 민중예술가인 빅토르 하라(1935~1973)는 ‘벤세레모스(우리 승리하리라)’를 부르며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다가 군인들에게 사살당했다. 민중예술가이자 칠레의 저항정신으로 기록된 빅토르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인근 롱켄에서 소작농 마누엘 하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국립 칠레 대학 연극학과에서 연기와 연출을 공부하고 1960년대 상임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예술가였다. 어린시절 시골마을에서 어머니의 노래를 듣고 자라난 빅토르는 악보와 기타 코드를 배운 적 없었지만 풍부한 감수성으로 즉흥적인 노랫말과 멜로디를 기타로 연주하기도 했다. 책은 영국출신의 무용가이며 그의 아내인 조안 하라가 남편을 회고하면서 쓴 그의 자서전이자 혁명과 쿠테타라는 칠레 현대사 속에 싹을 틔운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다. 아름답고 진실한 노래, 칠레의 토속 음악과 민요를 현대에 맞게 되살려 민중문화의 답을 구하려 했던 빅토르 하라의 노력과 무용과 연극이라는 장르가 다른 두 예술가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과 낭만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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