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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바로 위 단계인 'BBB-'로 강등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가속화하는 자본유출이 이유로 지적됐다.
S&P는 25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추면서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negative)'으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S&P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요소로 상당한 자본유출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우려되며 이미 약해진 성장전망에 재차 타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증시인 MICEX지수는 강등 사실이 발표된 직후 1.5% 급락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재개하자 '제네바 합의' 파기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미국은 추가 경제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사태완화를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치르게 될 대가만 커질 뿐"이라며 "이는 비싼 (대가를 치를)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가 지난 17일 제네바 회담에서 도출한 긴장완화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 경우 추가 경제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의 응답이 없으면 추가 제재는 즉각 시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진압작전 재개로 최소 5명의 친러 시위대가 사망한 데 따른 대응조치로 접경지역의 군사훈련을 재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의 군사개입을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리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4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군사훈련 소식이 전해진 직후 동부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진압작전을 중단했다. 현지 언론은 정부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의 침공 위험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없고 분리주의자들의 활동을 내버려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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