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정선재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나온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율(60ㆍ구속)씨는 이날 최 전 위원장이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와 자신을 서울 모 호텔로 불러 “(대통령 후보)경선 등을 진행하려면 언론 포럼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 전 대표가) 이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이를 자금 지원 요청으로 이해했고, 이후 2006년 7월부터 1년간 매달 5,000만원씩 돈을 최 전 위원장에게 줬다는 취지다.
이씨는 이어 2008년 2월 서울 광화문 당시 최 전 위원장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2억원을 건넨 경위가 “최 전 위원장의 보좌관인 정모씨가 먼저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이씨는 “정씨가 돈을 요구했는데 왜 최 전 위원장한테 전달했나, 돈을 받은 최 전 위원장은 의외라는 반응을 안 보였나”하는 검찰의 질문에 “정씨가 사전에 (최 전 위원장한테)얘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날 최 전 위원장의 변호인은 2006년 7월부터 1년간 받았다는 6억원에 대해 “대선에 임박해서 이씨가 최 전 위원장을 순수한 의도로 돕는다고 생각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최 전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누구든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위원장의 ‘파이시티 인허가’대가성을 부인한다는 취지인데, 사실상 받은 돈이 대선 등을 위해 쓰였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최 전 위원장은 2006년 7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이 전 대표 측으로부터 6억원을, 2008년 2월에는 2억원을 파이시티 사업의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 전 위원장은 지금껏 “6억원은 받은 사실이 있으나 인허가 대가 명목은 아니었고, 2억원은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지난 재판에서 휠체어를 타고 출석했던 최 전 위원장은 이날 스스로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 중간중간 눈을 감은 채 미간을 찌푸리는 등 힘든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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