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디폴트)의 공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엄습하면서 그리스에 이어 이번에는 포르투갈이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그리스 재정위기가 전염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포르투갈 국채가격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가 도미노처럼 각국에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지난 13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두 단계 강등하면서 투자자들이 포르투갈 국채를 대거 매도한 것도 국채가격 급락을 부채질했다고 FT는 전했다. 이번 조치로 포르투갈은 피치ㆍ무디스 등 국제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투기등급을 받은 국가가 됐다. 특히 씨티그룹이 유럽채권지수에서 포르투갈을 제외하며 파장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17일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는 액면가의 절반 수준(52%)에서 거래됐으며 가격과 역의 상관관계에 있는 국채 수익률은 14.12%까지 치솟았다.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전의 국채 수익률은 12%대를 오르내리는 수준이었다.
국가부도 위험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시장에서도 포르투갈의 디폴트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포르투갈의 CDS 프리미엄은 이번주 들어 사상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시장은 포르투갈이 향후 5년 내 부도날 가능성이 65%라고 보고 있다.
인베스텍캐피털마켓의 채권담당 애널리스트인 엘리자베스 아프세트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포르투갈도 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1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포르투갈의 단기국채 입찰이 향후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입찰규모는 25억유로로 크지 않기 때문에 포르투갈 은행들이 발행물량을 무난히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포르투갈 은행들은 이 채권을 다음달 유럽중앙은행(ECB)이 실시하는 3년 만기 장기대출 프로그램과 교환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는 100억유로 국채 외에는 올 상반기에 만기 예정인 국채가 없다. 또 올해 조달해야 하는 자금규모도 175억유로로 다른 재정위기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FT는 그러나 포르투갈의 경제성장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늦어지고 있기 대문에 국채상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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