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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출생한 장리석(98) 화백은 일제 식민시절 북한 지역에서 활동하다 6·25 전쟁을 계기로 월남하면서 제주도와 인연을 맺게 된다. 4년 남짓의 제주 생활은 장차 펼쳐질 화백의 예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고향을 등지고 한반도 남쪽 끝으로 내려온 작가에게 제주의 해변과 생태, 해녀와 조랑말은 특별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소재였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피붙이 없는 타향에서의 도전적인 삶 등이 작품에 스며들면서 제주의 자연은 작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작가의 뭉툭하고 감각적인 물성을 드러내는 붓 터치는 푸근하게 눈으로 덮인 자연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분이네 외갓집'은 대담하고 투박한 붓 터치, 차분한 색채로 눈 덮인 제주의 설경을 정감 있게 표현하면서 동시에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잔잔하게 전해주는 것만 같다. /글·사진=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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