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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6월 21일] 해운산업 구조조정의 딜레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맞아 원정 16강을 향한 국민들의 마음이 희망으로 부풀 때 생존을 걱정하며 고민에 빠져 있는 산업이 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그 당사자로 산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깊은 침륜에 빠져 있다. 국내 해운산업의 경우 지난 1970년대 이후 급속한 발전을 이루며 2009년 말 기준 외항해운업의 선박보유량은 3,810만DWT로 세계 7위의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호황을 구가하던 해운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2009년 2월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약 20% 급감했고 대표적인 화물 운임지수인 BDI는 2008년 5월 1만1,793에서 2009년 4월에는 1,797 수준으로 폭락했다. 재무약정따라 경쟁력 약화 우려 이로 인해 국내 해운업계는 물론 세계 해운업계는 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차원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도 해운산업 구조조정 및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해운산업의 위기극복 과정에서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해운산업의 특수성이다. 무엇보다 해운산업은 고도의 자본집약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해운기업의 주요 자산인 선박 확보에서 금융비용의 다과(多寡)가 해당 해운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해운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운 불황시 자산(선박)을 구입하고 호황기에 자산을 다시 매각하는 경기 순환에 역으로 움직여야 한다. 해운 불황기에는 선박 발주량도 적어 선가가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때 선박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영 악화라는 어려움에 빠졌던 해외선사들이 자국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으로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부도위기까지 갔던 프랑스 CMA CGM사는 선박 투입량을 늘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의 최대 경쟁사 가운데 하나인 중국 코스코는 향후 3년간 선대를 65%나 확대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의 에버그린사는 앞으로 총 100척의 상선을 발주할 것을 최근 공언했다. 안타깝게도 국내 해운산업은 이 같은 사이클을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와 같이 이번에도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선주들은 선가가 최저 수준에 달했던 1990년대 말 ~ 2000년대 초 중에는 선복 확보 실적이 거의 없었으며 시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선가도 폭등한 2003년 이후부터 선복 확보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 애석한 일은 이 같은 실수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는 국내 해운기업에게 선박매각, 신규투자 억제, 추가차임 제한 등이 요구되는 재무약정 체결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IMF 경제위기 시절 선박을 대량 매각함으로써 약화됐던 해운사의 경쟁력을 또 한번 약화시킬 가능성이 큰 정책이다. 해운강국인 일본ㆍ덴마크 등이 해운산업 불황기에 해운산업 클러스터 육성 정책 등을 펼쳐 도리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았던 것을 정부는 남의 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불황일수록 미래를 준비해야 다행스럽게도 최근 세계 경제는 2010년 3.9%, 오는 2011년 4.3%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세계 무역 또한 2010년 5.8%, 2011년 6.3%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최대 선사인 코스코 회장 웨이 지아프는 5월 말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앞으로 1∼2년 안에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엄청난 해상 물동량이 발생하고 해운 운임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해운산업 회복 초기인 지금이 글로벌 상위선사로 도약할 수 있는 적기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해운 기업들이 불황일수록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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