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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떠나가는 투자자
입력2006-10-30 16:45:21
수정
2006.10.30 16:45:21
신경립 기자
최근 인터넷 포털업체인 엠파스의 갑작스러운 인수합병(M&A) 발표가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미국업체로의 피인수설에 시장이 들끓자 증권선물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지만 발표 일주일 전 회사 측이 공시한 답변은 ‘사실무근’이었기 때문이다. 인수 주체가 거래소 측의 조회공시 요구 내용과 달랐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회사 측에 잘못은 없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말장난에 놀아났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다 할 호재 없이 증시가 답답하게만 움직이다 보니 시장에는 M&A나 해외투자 등과 관련된 각종 ‘설’이 무성하지만 번번히 제기되는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대다수 기업들은 ‘검토 중’ ‘확정된 사항 없음’ 등의 짤막한 답변으로 일관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워낙 일반론에 그치다 보니, 답변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는 드물다. 투자 대상의 말을 투자자들이 믿지 못하는 것이다. 투자자와 증권사의 관계는 어떨까.
수차례 언론을 통해 지적돼왔지만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리포트들 가운데 특정 기업에 대해 ‘매도’의견을 소신 있게 내놓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날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이나 유럽의 리서치센터는 아무리 투자종목에 대해 점수를 후하게 줘도 전체의 10% 정도의 종목에 대해서는 ‘팔아라’는 제안을 한다는데 현재 국내 증권사에서 제시된 투자의견 859건 가운데 ‘매도’는 단 한 건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가 제기하는 투자의견을 곧이곧대로 믿는 투자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글로벌 증시가 저마다 가파른 랠리로 잔치를 벌였던 지난 한 달, 우리 증시는 ‘왕따’의 설움 속에 북핵 악재가 사라지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북핵 요인이 소멸된 듯한 지금도 증시 분위기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지고 있고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은 멈출 줄 모른다. 외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 투자자들도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지난해의 5배나 많은 돈이 해외펀드로 빠져나갔다.
우리나라보다 돈 되는 시장으로 자본이 몰리는 것을 어쩔 수는 없겠지만 잘못된 관행이 낳는 시장의 불신풍조로 인해 투자자가 떠나가면 결국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곳은 기업과 증권사다. 투자자는 좀더 진솔하고 성의 있는 기업과, 소신 있고 투명한 증권사의 모습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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