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노조의 떼쓰기 파업으로 진통을 겪었던 현대차가 추석 이후 노조 집행부 선거운동으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새 집행부 선거에 나설 후보들이 저마다 강력한 공약을 내세워 표 모으기에 나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22일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가까스로 임단협이 타결됐지만 노조 집행부 선거에 나올 후보들이 이번에 사측이 수용하지 않은 갖가지 요구 사항을 공약으로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며 "파업이 끝났지만 사측의 걱정과 우려는 갈수록 태산"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측은 ▦대학 미진학 자녀 기술취득지원금 1,000만원 지원 ▦정년 61세로 연장 ▦퇴직금 누진제 도입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참여 등의 경우 '절대 수용 불가' 원칙을 고수했으나 내년 협상에서 새로운 집행부를 등에 업은 노조의 등쌀에 굴복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는 9월 말부터 10월 말 사이에 열릴 예정이며 추석 직후 후보 등록과 공약 발표, 선거 운동 등이 이어진다.
노조 집행부 선거는 2년마다 치러지는 행사지만 특히 올해 선거에서 예년에 비해 과격한 공약 경쟁이 불 붙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는 예상 후보들의 면면 때문이다. 사측은 올해처럼 지부장을 이미 경험한 인물들이 새로이 선거에서 맞붙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설명한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2001~2008년 세 차례나 노조 수장으로 활약한 이상욱 전 지부장이다.
그는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로 현재 본인은 후보 추대를 고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2009~2011년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끌어내며 온건파의 이미지를 얻은 이경훈 전 지부장이 이미 후보로 확정돼 사측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변의 압력을 뿌리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인물 외에는 1999년에 부위원장을 지낸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도 유력한 지부장 후보로 지목된다. 다만 하 전 본부장이 속한 계파인 '들불'이 세력이 약한 소수 조직이라 다른 계파와의 연합을 통해 선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싸늘한 여론과 달리 노조는 올해 사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경한 대응으로 파업을 통해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조합원 4만5,000명에 달하는 대형 노조를 이끌어 본 인물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과도한 요구를 또 한 차례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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