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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2월 12일] 국가 R&D와 기술표준화

안남성(한전 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 불안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원인을 제공했지만 고통은 당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큰 이유는 미국이 달러와 영어에 대한 ‘표준’을 소유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다른 국가들이 금융위기로 큰 고통을 겪고 있지만 미국은 언제든 자신들 유리한대로 재무 정책을 추진해 고통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 통화에 대한 표준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 표준' 기술이 시장 주도
표준은 글로벌 경제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하고 있고 이는 기존의 기술개발 개념에서 표준을 고려한 새로운 기술 개발 정책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매킨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400여개의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 기업들은 혁신적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개발한 기술을 표준으로 구축해 시장을 독점하는 공통적 특징이 있었다. 이는 기술개발의 스펙트럼이 단지 기술개발에서 끝나지 않고 표준화를 통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마케팅 전략까지 포함해야 함을 의미한다. 표준과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례는 비디오 형식과 관련한 마쓰시다의 VHS 방식과 소니사의 베타방식의 경쟁에 대한 것이다. 시장에 먼저 나와 선점효과를 거뒀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배타방식은 VHS방식에 밀려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소니사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에서 제3자에게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기피하고 고가로 판매한 반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마쓰시다는 원하는 모든 기업들에 기술을 아주 낮은 가격으로 이전,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대폭 낮췄으며 또한 비디오를 사는 고객에게 테이프를 무료로 제공, 제품을 보편화해 많은 소비자들이 사용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영화 공급자들은 베타방식보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사용하는 VHS방식을 이용한 영화를 주로 생산하게 돼 VHS방식의 경쟁력을 다시 강화하는 선순환 전략을 채택했다. 정부에서는 향후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연구 개발비를 매년 12∼13% 증가시켜왔고 올해만 10조4천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투자가 새로운 제품 개발과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담보하면 민간분야에서 투자가 이뤄져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시장에서 표준이 확보돼 시장점유율이 늘어날 뿐 아니라 시장에서 발생되는 매출이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돼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부는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술개발 프로그램 기획에서부터 제품에 대한 표준 확보 전략이 세워져야 하고 향후 연구 결과물의 성과를 측정할 때 표준 확보 여부가 중요한 평가 지표로 작용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산업의 경우도 향후 2012년까지 그린에너지 분야에 약 3조원이 투자돼 태양광ㆍ풍력 등 9개 분야 기술이 중점적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그 중 눈길을 끄는 분야는 전력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분야는 IT이며 이를 전력분야에 접목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우리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 단계부터 치밀한 전략을
전력 IT 분야는 향후 예상되는 분산형 전원 시스템 도입이나 수요 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기술로 국내외의 많은 수요가 예상되고 앞으로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기술개발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가 개발한 제품의 표준화에 늦으면 애써 개발한 기술이 하루아침에 사장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력 IT 과제 외에 나머지 분야의 기술개발에서도 기술 표준화 문제가 좀더 강조되고 중요하게 다뤄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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