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책들은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성장→투자금 회수 단계별 병목현상 완화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래도 되나 싶은 게 있다.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하며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책무를 걸머진 15개 대기업에 큰 부담을 떠안겨서다. 첫 번째 국정 어젠다인 창조경제가 겉돌자 지난해 9월 충분한 사전협의도 없이 창조경제혁신센터 1~2곳씩을 맡아 운영하라더니 올해에는 수천억원을 관련 펀드에 투자하란다. 6,000억원의 펀드 자금 가운데 절반 이상을 맡으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잖아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저, 중국 기업들의 맹추격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판에 정부에서 떠넘기는 가욋일이 갈수록 태산이다. 3년간 수백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대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기업과 짝지어진 지자체의 불만도 확대일로다.
상당수 대기업이 유망 벤처를 발굴·육성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지금은 정권의 눈에 나지 않기 위해, 혹은 경쟁 그룹과의 자존심 싸움 때문에 성의를 보이지만 다음 정권에서도 이런 구도가 작동할지 의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들의 성공 스토리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벤처 창업자·투자자는 M&A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인수자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정권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창조경제혁신센터보다는 대기업이 벤처를 인수해도 비판하고 규제하지 않는 벤처생태계를 만드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