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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16일] 패키지 딜
입력2008-10-15 17:48:31
수정
2008.10.15 17:48:31
온 세계가 지난 1930년대의 대공황에 비견하는 전례 없이 심각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 유동성 공급, 부실자산 인수 및 자본 주입 등 위기 대응과 시장안정을 위해서 이제까지의 통념을 깨뜨리는 비상한 수단들이 동원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금융산업에서는 거품의 생성과 붕괴(boom-bust cycle)가 반복돼왔다. 먼 옛날 튤립을 비롯해서 오늘날 주식이며 주택이며 심지어 복잡한 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대상도 다양하다. 거품이 시작된 배경에는 제각기 원인들이 있고 진행과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도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거품은 돈이 넘쳐나는 데서 시작된다.
시절이 좋아지면 사람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조금씩 무리하게 되고 이것이 과도한 부채로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비관론이 자리잡으면 붕괴는 시작된다. 이러한 취약성이 다른 어느 산업보다 두드러진 금융산업에는 공적 규제와 감독이 뒤따랐고 금융회사의 자본적정성과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시작된 최근의 금융위기 과정에서는 감독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반성과 지적이 뒤따르면서 위기 재발을 방지할 새로운 금융체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책 당국 차원에서는 G7의 금융안정포럼(Financial Stability Forum)을 중심으로 규제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금융감독체계, 파생금융상품 제도 보강, 신용평가제도, 투명성 제고, 위험 감독 방안, 당국의 위기대처능력 제고 등이 논의 대상이다.
레버리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산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부채의 안전성이나 유동성도 감독해야 된다든지, 리스크를 보다 쉽게 인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공시 및 회계와 청산결제제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든지 하는 목소리가 크고 금융의 경기 동행적 요소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나 도덕적 해이 및 위험의 사회화 방지를 위한 다양한 의견들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공적 규제 및 감독제도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서로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시장이 좋을 때 저 혼자 또는 우리 회사만 모범규준을 지킨다든가 ‘쏠림’에 휘말리지 않고 떨어져 있을 수 없도록 만드는 유인체계, 즉 ‘탐욕’과 ‘공포’가 거품의 생성과 붕괴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을 지금도 보고 듣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개별 금융회사의 이익보다 사회전체의 이익이 더 앞설 수 있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인적 자본이나 정보기술(IT) 등 인프라 투자를 확충해야 하고 개인으로서는 상당히 수익성 좋은 영업이나 시장 관행이라 하더라도 전체 시장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면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돈이 들고 수익이 준다 하더라도 결국 거품이 꺼진 후 지불하게 되는 엄청난 비용에 비한다면 실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금융감독기구ㆍ중앙은행ㆍ예금보험 등의 역할, 위기 대응체계, 국제공조 등 위기 재발을 방지하거나 외부충격이 있을 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나라 차원에서의 정책적 제도 개선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민간차원에서도 우리 회사의 내부제도ㆍ지침ㆍ절차 및 관행과 자원 배분 등이 수익뿐만 아니라 ‘안정’이라는 근본적 목표와 배치되는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점검하고 분석해서 개선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정책적 노력이나 민간 부문의 개선이 성과를 거두려면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패키지 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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