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8강이 남미-비(非)남미의 대결로 펼쳐지게 됐다. 파라과이ㆍ우루과이 등 남미 국가들은 위도와 기후가 비슷한 남아공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선전하며 모두 4팀이 8강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남미 국가의 파트너는 유럽 혹은 아프리카팀으로 편성됐다. 브라질 언론에서는 "남아공 월드컵이 남미의 국가대항전인 코파 아메리카를 연상시킨다"고 보도하는 등 남미는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남미에서는 이번 월드컵에 총 5개 팀이 출전해 전부 16강에 올랐고 브라질과 16강에서 맞닥뜨린 칠레만 8강 진출이 좌절됐을 뿐 나머지 네 팀은 8강까지 안착했다. 반면 월드컵 본선에 가장 많은 13장의 티켓이 배정된 유럽은 이탈리아ㆍ프랑스ㆍ잉글랜드ㆍ포르투갈 등 강호들이 줄줄이 탈락하며 네덜란드와 독일ㆍ스페인 등 세 팀만 8강에 살아남았다. 지난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첫 월드컵이 열린 이후 남미 팀이 유럽 팀보다 8강에 더 많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축구팬들은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이 남미의 양대산맥인 브라질-아르헨티나 간의 맞대결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아르헨티나가 결승에서 맞붙게 되면 어느 나라가 우승하든 남미와 유럽은 역대 월드컵에서 9차례씩 우승을 나눠 갖게 된다. 또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부터 이어져온 유럽과 남미의 교차 우승 징크스도 이어진다. 잉글랜드 월드컵부터 잉글랜드, 브라질(1970), 서독(1974), 아르헨티나(1978), 이탈리아(1982), 아르헨티나(1986), 독일(1990), 브라질(1994), 프랑스(1998), 브라질(2002), 이탈리아(2006)가 차례로 우승해 남미와 유럽이 교대로 우승 트로피를 주고받았다. 가능성은 낮지만 남미 팀끼리 4강 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남미의 네 팀이 모두 준결승에 오르면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남미 국가 간 4강전을 펼치게 된다. 역대 월드컵에서 유럽 팀끼리 준결승을 치른 경우는 네 차례(1934, 1966, 1982, 2006년) 있었으나 남미 팀만 4강에 오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세계랭킹 2위 스페인의 4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스페인의 상대는 16강전에서 일본과 연장혈투를 벌이며 체력이 소진된 파라과이다. 파라과이가 일본전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플레이를 이어간다면 스페인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루과이도 아프리카의 일방적인 지지를 받는 가나를 상대로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이번 대회 4전 전승을 거둔 브라질-네덜란드전(한국시간 2일 오후11시), 막상막하의 화력을 뽐내는 아르헨티나-독일전(3일 오후11시)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한판승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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