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85로 튼튼하게 연결한 것은 정수였다. 이 수로 참고도1의 흑1과 3을 두어치우고 5로 끊는(백4는 3점 이음) 수단이 있음직하지만 지금은 그게 잘 안 된다. 백6 이하 10의 수단이 있어서 백은 무난히 수습되고 좌변의 흑대마가 도리어 사활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백86까지 된 시점에서 형세판단을 해보면 백의 확정지가 흑보다 많아서 흑의 분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영구는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형세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변 중앙에 떠있는 백의 미생마를 슬슬 공격하면 흑집이 저절로 생긴다고 믿고 있었다. 흑87로 공격한 이 수가 검토실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박력부족이라는 여론이었다. 백92가 놓이자 마땅한 공격수단이 눈에 띄지 않는다. 흑87로는 92의 아래에 젖히는 것이 올바른 공격수단이었다는 것이 검토실의 결론이었다. 흑99는 참고도2의 흑1로 공격하는 수를 노린 것이지만 강동윤이 과감하게 손을 빼고 100으로 패맛을 없애버리자 흑의 비세가 두드러지는 바둑이 되었다. 참고도2의 흑1이면 백2가 불가피하므로 좌우가 분단된다. 그러나 백4,6으로 보강을 하면 백대마의 사활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모습이다. "강동윤의 바둑에는 이런 종류의 손빼기가 자주 보입니다. 상대방이 어설프게 공격해오면 과감하게 손을 빼어 실리를 챙기는 것이지요."(홍상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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