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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만나는 프랑스 실험정신

세계적 아티스트 소피 칼 등 현대작가 국내 전시 줄이어

프랑스 작가 테오 메르시에의 '투명 가족'

소피 칼의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시리즈 작품.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등 19세기 세계 미술을 주름잡았던 거장들은 대부분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다. 세계 미술의 중심이었던 프랑스는 전후 현대 미술의 중심축이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위축되는 듯 했다. 그러나 마르셀 뒤샹, 프랜시스 피카비아 등 근현대 거장들을 배출하면서 실험적 예술 감각으로 새롭게 무장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문화의 주류에서 비주류로 밀려나면서 겪은 예술가들의 자괴감을 도전과 실험 정신으로 상쇄하려는 노력이 깔려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국내에서 잇따라 개최되며 프랑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아티스트 소피 칼(60)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3아트프로젝트에서 4월 20일까지 열린다. 소피 칼은 1970년대부터 퍼포먼스, 사진, 영상 등을 결합한 개념미술로 프랑스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해 온 역사적인 인물이다. 개념미술이란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미술흐름이다. 그녀의 작품은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 네덜란드 틸버그 드퐁 현대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비롯해 세계 유명 미술관과 기관에 소장돼 있다. 갤러리 측이 5년을 공들여 열게 된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호평받은 '잘 지내기를 바래요' 시리즈와 그녀가 예지인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미래를 찾아 여행한 것을 기록한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시리즈를 선보였다. '현대 미술의 새장을 열었다'고 호평 받은 '잘 지내기를 바래요'는 2004년 작가의 남자친구가 헤어지자는 내용을 보낸 이메일의 가장 마지막 글귀가 모티브가 됐다. 작가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 107명에게 자신이 받은 이메일을 보내고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할 것을 부탁했다. 이들은 자신이 느끼고 해석한 방식으로 편지를 분석하고 표현했는데 전시에는 사진과 텍스트를 가지고 만든 시적인 작품 7점을 선보였다.



환상적인 색채를 구사하며 가장 프랑스다운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적인 설치 작가 디디에 망코보니 또한 오는 4월 22일까지 신세계갤러리 본점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갖는다. 그는 색에 대한 끝없는 실험을 마치 유희하듯 시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는 그에게는 '프랑스 미술의 실험 정신을 살려내는 작가'라는 평이 뒤따른다. '레볼루션즈(Revolutions)'라는 제목의 원색 모빌 작품은 천정에 매달려 움직이거나 벽 한쪽에 고정돼 찰랑거리면서 작가의 세련된 예술적 감각을 뽐낸다. 또 페인팅 작품들을 한쪽에 무심한 듯 켜켜이 쌓아놓거나 기다란 금속 선반에 작은 페인팅들을 겹쳐 올려놓은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서울 청담동에 자리 잡은 송은아트스페이스는 '프랑스 젊은 작가전'을 오는 6월 8일까지 개최한다. 다미엥 카디오, 테오 메르시에, 엘자 사알 등 12명의 젊은 작가가 참가하는 이번 전시는 각각의 시각에 맞춰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한 다양한 긴장과 분출 욕구에 주목한다. 줄리앙 살로는 상상 속 동물의 모습을 형상화한 박제 조각 작품을 통해 잠재의식 속 두려움을 형상화했다. 기욤 콩스탕탱의 디지털 이미지 슬라이드에서는 몽환적 이미지의 영화 배경이 드러난다. 테오 메르시에의 '투명 가족'이라는 조소 작품은 유령처럼 흰 천을 뒤집어 쓴 가족 4명의 모습이 마치 유령의 집에 방문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전시 제목을 '프랑스 유령의 집'으로 정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 잠재된 무의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갤러리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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