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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5월 17일] 도요타와 뿌리산업

지난 2월5일 일본 나고야 도요타 본사의 기자 회견장. "최근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도요타 모델의 리콜사태로 고객분들께 엄청난 폐와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머리를 숙였다. 미국발 리콜사태로 곤경에 빠진 도요타의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것이다. 도요타는 미국ㆍ유럽ㆍ중국 등에서 총 760만대의 차량을 리콜 조치했다. 이것은 지난 2009년 이 회사의 전세계 판매량 698만대를 훨씬 넘는 숫자이다. 경제적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품질 신화의 도요타 이미지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모노쓰쿠리 정신' 전수못해 禍 '도요타는 왜 이런 리콜사태를 겪어야 했을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 '모노쓰쿠리(물건 만들기) 정신'의 쇠락이다. 모노쓰쿠리는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낸다는 사전적 의미를 뛰어 넘어 '장인(匠人)의 혼을 담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뜻이다. 장기불황과 경기침체를 겪고 있던 도요타는 과도한 원가절감과 해외 생산거점의 확대로 현지부품업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불량부품을 조달 받은 것이다. 즉 모노쓰쿠리 정신을 현지 인력에 제대로 전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화(禍)를 자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도요타 리콜사태는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대기업 제품의 부품을 조달하는 협력업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자동차ㆍ조선 등 제조업을 주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왔고 뿌리산업으로 대변되는 주조ㆍ금형ㆍ용접ㆍ소성가공ㆍ열처리ㆍ표면처리 등의 중소협력업체들이 그 뒤를 떠받쳐왔다. 예를 들어 자동차 한대를 만든다고 하자. 엔진 블럭과 피스톤은 주조, 변속기 기어는 소성가공ㆍ열처리, 차체는 금형ㆍ소성가공ㆍ용접 등의 기술과 연관돼 있다. 중량으로 따지면 뿌리산업의 비중이 자그마치 86%나 된다. 하지만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뿌리산업은 소위 '3D(DirtyㆍDifficultㆍDangerous) 업종'으로 인식돼 우리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직종이 돼버렸다. 사실이다. 대부분의 뿌리 기업들은 어렵고 힘든 환경에 놓여 있다. 청년 실업 100만명 시대라는 이유로 우리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눈을 낮추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매력적인 직업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우선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은연중에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기능인들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금속가공ㆍ전기ㆍ건축 등 모노쓰쿠리 각 분야의 기능 1인자를 명공(名工)으로 선정해 존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한 관계자는 "명공으로 인정받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며 기능자의 기술수준과 지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젊은 후배들에게 목표를 제시하는 효과가 크다"며 기능인을 존경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에 자부심을 표현했다. 기능인 우대 분위기 만들어야 우리도 이와 유사한 '명장(名匠)'제도가 있다. 이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기능인을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젊은 기능인들에게 성공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신세대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깨끗하고 멋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대신해줄 수 있는 로봇이라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그래야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뿌리산업으로 들어와 자부심과 성취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불모지였던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의 신세대 젊은이 3인방이 사고(?)를 쳤다. 우리 신세대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생각된다. 만약 우리 신세대들의 열정과 끈기가 뿌리산업으로 향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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