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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치열하게, 하지만 즐겁게'…행복한 배우 안재현의 이야기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배우 안재현을 만났다. / 사진 = 이호재기자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배우 안재현을 만났다. / 사진 = 이호재기자

패션화보 속 모습처럼 차갑고 도도할 거라 짐작한 것은 오산이었다.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로 차분하면서도 유쾌하게 말을 이어가는 안재현은 ‘이런 친구, 혹은 형·오빠·동생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함을 지닌 배우였다.

작품활동으로 누구보다 바빴던 2014년은 안재현에게는 무척 뜻 깊은 한해다. 모델로서 상당한 인지도와 인기를 쌓은 그는 신인배우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혜성처럼 브라운관에 데뷔한 것에 이어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열혈 신입형사로 대중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가요프로그램 MC로, 중국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쉴 틈도 없이 이번엔 영화 ‘패션왕’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인기 웹툰 ‘패션왕’을 원작으로 한 영화 ‘패션왕’은 따돌림을 당하는 소심한 고교생이 ‘패션’을 통해 꿈과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안재현은 극중 학교의 실세이자 교내 최고의 패션 감각을 지닌 원호로 출연한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연신 ‘좋다’ ‘감사하다’ 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 행복한 배우 안재현을 최근 서울경제가 만났다.

- 얼마 전 영화 ‘패션왕’이 개봉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 영화 시사회를 하고 다음날까지 진정이 안 됐어요. 부들부들 떨면서 이틀 내내 영화 관련해서 검색했죠.(웃음)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느낌이었어요. VIP시사회는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개봉일은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얼떨떨했고, 지금은 크리스마스 이후 같아요. 여운은 남아있고 어떻게 해야 할 지는 모르겠고요.(웃음)

-크리스마스에 비유했는데, 그날이 특별한가요?

=어릴 때 축제같이 특별한 날이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정도였던 거 같아요. 설날·추석 외에 연인이나 친구들이 ‘와-’하면서 즐길 수 있는 날이 많진 않죠, 어릴 때 재밌게 봤던 영화인 ‘나홀로 집에’나 캐롤만 생각해도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게 좋아요. ‘크리스마스’ 하면 묘한 힘이 있는 것 같아서 벌써 설레네요.

- 극중 ‘원호’를 연기할 때 어떤 점을 염두했나요?

= ‘우기명’에 주안을 두었어요. 왕따나 빵셔틀 등 사회적 문제를 겪는 기명이와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으로 사랑을 전달받는 원호 둘 다 상처가 있는 친구들이죠. 원호는 물질적인 것 대신 가족의 사랑을 바라는 친구예요. 아무래도 극의 초점이 기명이다 보니 기명이가 더 착해 보일 수 있고 더 성장한 느낌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캐릭터 분석을 했어요.

-‘패션왕’중 인상 깊은 장면은요?

=원호가 생일 선물을 주는 장면이에요. 누구에게도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던 원호가 그나마 마음을 연 여자친구에게 감정을 보이죠. 원호 캐릭터를 말로 직접 표현했던 장면이에요. 겉으로는 어른인 척 하지만 10대의 여린 마음이 남아 있는 거죠.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원호의 모습을 조금 가엽게 봐주길 원했어요.

-‘패션왕’이 다른 웹툰 원작 드라마나 영화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고, 왕따가 아닌 사람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도요.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는 두 시간만이라도 ‘행복하자’ ‘웃어보자’ 라는 맘이 드는 것만으로도 전 기쁠 거 같아요. 영화 ‘패션왕’이 다른 작품과 또 다른 새로움을 전달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패션왕’을 보고 어떤 점을 느꼈으면 하나요?

=영화라는 매체 특성상 감동과 웃음 등 전달하려는 바가 있어야 해서 각색될 수밖에 없어요. 웹툰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만화 영화도 아니고 뭐지?’ 하셨을 수도 있어요. 요즘 모든 세대가 다 힘들잖아요. 고민의 크기가 다르다고 해서 무게마저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처럼요. 고민의 크기가 작다고 무게마저 가볍진 않겠죠.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얻기보다는 고민에서 조금 벗어나서 어이 없으면 어이없는 대로 웃고 오시면 좋겠어요.

- 기명이의 터닝포인트는 ‘패션’이었어요. 인생의 전환점은 언제였을까요?

=휴학하고 반수할 때예요. 인생이 달라진 터닝포인트는 당연히 모델과 연기겠지만, 재수 준비하는 1년도 중요했어요. 공부를 통해 지식도 쌓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죠. 자기만의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게 처음이었어요.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성장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객관적으로 저를 바라보며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수 준비는 혼자 하신 건가요?

= 처음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서울대, 포항공대, 고대 다니는 친구들이 가까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는데, 나중엔 너무 선생님인 척을 해서 (웃음) 결국 혼자 준비했어요. 사실 친구들과 유대관계도 깊어지고 재밌었죠. ‘이렇게 똑똑한 친구들이었구나’ ‘어떻게 이기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어려운 고전문학을 많이 읽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죠.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지만 ‘너희들 안 읽어봤지?’라는 마음으로 우선 읽고 봤어요.(웃음) 이길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더라고요.

-중국판 ‘1박2일’을 촬영하고 오셨는데, 중국 예능은 어땠나요?

=언어가 달라서 리액션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어요. 통역기 끼고 있었지만 통역이 나올 때면 이미 그 분위기는 지나간 뒤라서 기본적인 리액션을 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게임이면 게임 몰래카메라면 몰래카메라 등 정말 열심히 했어요. 말도 못 하는데 제대로 안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죠.

- 중국 누리꾼들의 호평이 이어지더라고요.

=다행이에요. 중국 예능에 참여하니 저로 인한 한국인의 이미지까지 멀리 생각되더라고요. 망가져도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아침부터 다음날까지 30시간 이상 촬영을 하니까 아주 살이 쏙 빠져서 와요. 제가 원하는 다이어트였어요.(웃음) 정도 많이 들었는데 끝나서 아쉬워요. 사람이 정말 신기한 게 중국 출연진과 대화가 안 돼도 손짓 발짓으로 마음이 통하더라고요.

-맡은 임무를 척척 해내는데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는 지 궁금해요.

=일적으로는 완벽하려고 해요. ‘1박 2일’ 촬영 가서도 저는 웬만하면 안 자고 오히려 스태프들에게 자고 오라고 했어요. 1분 1초가 나가더라도 완벽하게 보이고 싶어요. 절 섭외하신 PD님이나 작가님들 기대에 못 미치고 싶지도 않고요. 드라마 촬영 때는 대본을 손에서 안 놓고 살았어요. 졸다가 대본을 떨구면 번쩍 깨고, 대본이 없으면 불안할 정도였죠. 대본이 닳다 못해 찢어질 정도로 보고, 손때 묻은 대본을 보고 또 보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죠.

-모델, 연기자, MC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데 각각의 매력은요?

=공통점은 하나예요. 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요. 저는 10대·20대 초까지 심장 뛰는 일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모험도 싫어했고요. 어느 순간, 해도 안 해도 변함이 없다면 ‘하자’로 바뀌었죠. 뒤돌아 보니 아무것도 안 해서 그런 지 기억이나 추억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런데 요 1년 사이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일정이 생겼어요. 스텝들도 다 같이 못 놀게 하려고요.(웃음)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나요?

=정말 한량 있잖아요. 꾀죄죄한 품새로 아이들 과자 뺏어 먹고, 한입만 하고 다 먹어버리고, 오락 빼앗아서 하는… ‘동네에 저런 형 있었는데?’ 하는 캐릭터요. 그러다 변신해도 좋고 끝까지 꾀죄죄하게 끝나도 재밌을 거 같아요.

-한량 캐릭터라니, 신선한데요.

=대리 만족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읽었던 시 중에, ‘다음에 태어나면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고 맨발로 뛰어다니고 춤도 추고 남들 눈치 안 보고 살아봤으면…정말 행복한 삶일 거 같다’는 작자 미상의 할아버지가 쓰신 시가 있어요.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다면 저도 행복할 거 같고, 제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될 거라고 생각해요.

=전 ‘끌어당김’의 힘을 많이 믿어요. 스트레스도 전이된다고 하는 것처럼 사랑도, 행복도, 믿음도 전파될 거라고 생각해요. 애잔함이야 저 말고도 멋진 배우들이 보여줄 거 같고요. 부잣집 아들 역할을 많이 해봤으니까… 부잣집 아이가 어떻게 찌질하고 밝게 노는 지 보여주면 재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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