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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표동 화교사옥서 불…2명 사망(종합3보)

낡고 노후화한 목조 슬레이트 건물…쪽방 주민들 피해

낡고 오래돼 화재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서울 중구 수표동 화교 사옥에서 큰불이 나 주민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7일 오후 10시 7분께 시작된 불은 화교 사옥 1층 공구상가 31곳 중 18곳, 2층 쪽방촌 42가구 중 12가구 등 총 540㎡를 태워 1억8,000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한 시간여만에 꺼졌다.

이 사고로 건물 안에 있던 주민 추모(88·여)씨와 전모(80·여)씨가 숨졌다.

또 김모(78·여)씨 등 4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주민 6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굴착기 등을 동원해 밤새 구조작업을 펼쳐 이날 오전 3시∼5시 출입구 근처에서 시신 2구를 수습했다.

화재 당시 1층 공구상가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모두 퇴근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 당국은 청계천로 청계 2가에서 3가 방향의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소방차량 75대와 소방관 338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불길이 거센 데다가 건물 일부가 붕괴해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1층 공구 상가에 있던 자재들이 불에 타면서 검은 연기와 매연이 심하게 나왔다.



현장에서 구조된 주민 장모(90·여)씨는 “1층에서 자고 있는데 주변이 시끄러워서 눈을 떠보니 구조대가 와 있었고 2층 화장실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사인 확인을 위해 숨진 2명의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화교 사옥은 ‘중국인들의 건물’이란 뜻으로 지난 일제 강점기인 1928년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위해 지은 목조 슬레이트 건물이다.

이 건물 1층에는 공구상가 31곳, 2층에는 1평 남짓한 크기의 쪽방 42가구가 있었다.

화교 사옥은 낡고 노후화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며 1986년에는 화재 경계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건물은 중국대사관, 토지는 대만 소유여서 재개발·재건축이 쉽지 않아 사실상 안전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돼왔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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